[기자수첩] 청약제도 개편, 애꿎은 1주택 실수요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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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약제도 개편, 애꿎은 1주택 실수요자 울린다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8.10.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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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입법예고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규제지역에서 1주택 보유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청약해 당첨된 경우, 입주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지 않으면 징역 및 벌금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1주택자들도 추첨제 청약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을 전제로 우선 공급을 받았으므로 약속대로 처분을 완료하지 않으면, 공급계약 취소는 물론 500만원 이하 과태료나 3년 이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형사처벌 카드까지 꺼내든 정부 조치는 과도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팔고자 노력한 사실이 입증되면 실제 처벌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아 징역형에 처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500만원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고, 다주택자 뿐 아니라 신규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1주택들의 실수요까지 사실상 봉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으로 새아파트로 갈아타려던 1주택자는 자칫 청약할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 가점제 항목에선 무주택 기간에서 ‘0’점 처리되는데 서울 등 인기 지역은 70점을 넘어야 당첨권에 들어선다고 볼 수 있어, 규제지역 내 청약 당첨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추첨제 물량의 75%가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는데다 나머지 25%도 낙첨된 무주택자와 경쟁해야 해 당첨 확률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설령 청약의 좁은 문을 통과한다하더라도 제시된 기한 내에 집을 처분하지 못하면 주택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애매한 입지의 노후한 주택이나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지역 등은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에는 ‘정책이 바뀌면서 1주택 실거주자는 청약을 꿈조차 꿀 수 없게 돼 역차별’, ‘부동산 투기를 막는 건 좋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 ‘처분하고 싶어도 잘 안 이뤄지는 비인기지역의 단독주택, 반값에 내놔도 안팔리는 현실이 야박하다’는 등 정부에 청약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업계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팽배하다. 한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사법처리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사실상 1주택자까지 잠재적 투기수요로 바라본 것으로, 처벌수위가 과도해 이번 개정안에 대해 코멘트조차 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무자택자에 대한 우대를 강화하는 정책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는 새로운 정책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조급증으로 1주택자까지 잠재적 투기수요로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반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좋은 취지로 정책을 펼친다 하더라도 선의의 피해자 등 또다른 문제가 야기된다면, 조속히 문제점 보안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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