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업종마다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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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업종마다 희비 엇갈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8.10.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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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조선 웃고, 항공 울고…화학사도 ‘비상’
지난 1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앞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백서원 기자] 고유가·강달러·무역전쟁이라는 3대 악재 속에 산업계가 대혼란을 맞았다. 특히 고유가 기조 속 업종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고유가와 강달러, 무역전쟁 모두 기본적으로 시장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 주도형 국가인 대한민국호에는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나 다를 바 없는 수출 기업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황 변동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다.

먼저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을 호재로 여긴다. 업체의 경우 2~3개월 전에 원유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품화하는 데 30~45일이 걸린다. 그 사이 유가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정유업계는 고유가와 석유화학 제품인 파라자일렌(PX)의 가격 상승까지 겹쳐 깜짝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고유가 장기화는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조선업계도 모처럼 웃음을 짓고 있다. 2014년 이후 끊겼던 해양플랜트에 대한 발주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설비는 해저에 매장된 원유나 가스를 채굴한다. 워낙 고가라 고유가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가 되는 에틸렌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상승해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의 가격 차이)가 축소된다.

무역분쟁도 악재로 작용 하고 있다. 중국의 화학제품 수요가 줄어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아직 개선의 기미가 없다. 전통적으로 최대 성수기인 중국 국경절 연휴(이달 1~7일)를 앞두고도 이 같은 둔화세가 이어졌다. 2011년 이후 국경절을 앞둔 시점에서 화학제품 가격 대부분은 강세를 보인 바 있다.

항공업계와 해운업계 역시 울상이다. 유류비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항공업계는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5~30%에 달해 유가가 오를 경우, 유류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돼 실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원화 약세)도 항공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달러 표시 부채가 많고 항공유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해운업계 역시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그만큼 연료유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운업은 글로벌 선사간 경쟁으로 운임이 하락한 가운데 연료유까지 상승해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고유가 행진 속에 자동차 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완성차업체의 제품 라인업 확대, 정부정책으로 인프라가 확충되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전기차 인기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1회 충전 시 늘어난 주행거리, 충전시설 확충 등 전기차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고유가로 내연기관차와의 유지비용이 줄어들면서 전기차 시대를 앞당겼다. 현재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신모델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의 친환경차 시장에 대한 대비 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문제다.

반도체 산업도 유가 상승에 따라 2분기 매출액 증가율이 4.8%로 1분기(3.4%)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이나 LG, SK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OLED 등 고부부가치 품목은 산업자체의 호황에 따른 수출증가로 인해 분위기가 좋다. 

우리나라가 기술 우위를 점하는 품목이라서 무역전쟁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나올 수 있는 관세 증가는 우려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와 강달러 등은 산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면서도 "이들 악재가 세계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의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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