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류관리기…기술의 LG, 추격하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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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류관리기…기술의 LG, 추격하는 삼성
  • 강기성 기자
  • 승인 2018.10.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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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강기성 기자] 2015년 미세먼지가 이슈로 등장한 뒤 의류관리기 시장은 점차 커졌고, 지난 8월 LG 스타일러의 아성에 삼성이 도전장을 냈다. 사실 LG가 시장을 키우자 뒤늦게 뛰어들었던 셈이다 올해 의류건조기 시장은 약 3000억원에서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가전 시장에서 삼성은 LG가 최초로 제품을 출시하면, 이를 쫓아가는 방식으로 입지를 키워왔다. 그 때문에 삼성이 지난 9월 1일 IFA 2018에서 처음 자사의 의류건조기 에어드레서를 소개했을 때, 외부에서는 LG가 개척한 판에 묻어가려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임원은 “삼성 에어드레서는 의류관리기가 아닌 집안 미세먼지까지 제거해 주는 의류청정기”라며 “LG제품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LG전자의 스타일러 관련 특허를 피한 스팀기술을 어떻게 적용했는가'에 대해서는 “물에서 끓여 나오는 것도 스팀”이라 “스팀이 기술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초 제품이기 때문에 LG스타일러 디자인부터 내부 기능까지 대부분 특허가 있다. 삼성의 기술이 실상 LG제품의 특허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도 돌았을 정도다.

그래도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가전의 역사는 LG의 손을 들어 준다. LG는 가전관련 53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LG전자는 국내에 첫 냉장고, 첫 TV와 같이 100% 최초의 가전을 개발해 출시해 왔다. LG전자는 1965년 국산 냉장고, 1966년 국내 최소 흑백TV, 이듬해 미국 GE와 기술 제휴로 최초 에어컨을 생산하는 등 국내가전시장을 이끌었다. 최근 제품으로는 김치냉장고 개발, 유럽형 상냉장·하냉동 냉장고를 국내 출시했고, 스탠드형 무선진공청소기, 트윈워시 세탁기 등을 개발했다.

사실 두 회사가 가전시장에서 만들었던 헤프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IFA에서는 조성진 LG사장이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이유로 독일 검찰까지 동원된 적도 있다. 이전투구의 역사가 반복됐고 최근 가전 중 LG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막 빛을 보려던 제품이 바로 의류관리기다. LG는 의류관리기 제품 역시 9년동안 기술을 개발했고 2011년 출시 이후부터 ‘제로’상태에서 시장을 개척해 왔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냉혹하다. 한 관계자는 “삼성이 이전과 같이 물량공세나 이벤트 등으로 LG와 격차를 줄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양사가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아 온라인 시장에서 판매순위로 유추해보건대 아직 의류관리기 순위는 LG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론된다. 삼성의 매출이 오르지 않고, LG 제품이 많이 팔려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기술의 LG, 추격자 삼성’이라는 국내 가전시장에서의 공식이 달리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산의 관점에서 양 제조사의 전략이 ‘질’과 ‘양’이라고 비유한다면 이제는 모두 '양질'의 콘텐츠를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구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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