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애플워치로 보험상품 활성화되는데’…국내는 규제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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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애플워치로 보험상품 활성화되는데’…국내는 규제 ‘발목’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8.10.17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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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보라이프플래닛만 운영…보험업법‧개인정보 문제로 ‘걸음마’ 단계
애플워치.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 미국의 생명보험사 John Hancock(존 핸콕)은 자사의 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애플워치 시리즈 3을 최소 25달러(약 2만8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할부 기간은 2년인데 이 2년 동안 매달 500점 이상의 활동점수를 기록한 가입자는 추가 비용 없이 그 애플워치를 가지게 된다. 활동점수는 애플워치를 착용한 상태에서 걷기, 일어서기, 운동 같은 육체 활동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정해진 수준 이상의 활동점수를 획득한 가입자는 그달에 내야 할 애플워치 할부금의 일부 혹은 전체를 면제받을 수 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해당 월의 할부금 전액을 내야 한다. 활동점수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보험사가 사전 시행한 테스트에 따르면 프로그램 참가자의 절반 정도가 추가 비용 없이 애플워치를 손에 넣었다. 평균 20% 정도의 활동량 증가 역시 관찰됐다.

18일 존 핸콕에 따르면 보험사 고객이 생명보험에 가입할 때 건강증진 프로그램 바이탈리티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한다. 웨어러블 기기 애플워치을 활용한 기록인 피트니스 데이터를 보험사와 공유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 사항이고 보험사가 애플워치를 통해 가입자의 모든 행동을 추적하지는 않지만 건강 정보의 일부분은 제공해야 한다.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의 신체활동 정보를 수집해 사용자의 생활습관을 분석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한 보험상품은 보험사에는 사망위험 개선에 따른 수익률 증가를 가져다준다. 보험 가입자가 건강하면 할수록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애플워치를 통해 생활습관이 개선돼 건강해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국내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해 보험상품을 판매 중인 보험사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유일하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걸어서 건강, 보장받아 든든’이라는 콘셉트로 온라인 방카슈랑스를 통해 암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캐시워치(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공한다. 이는 B2B사업으로 리워드형 어플리케이션 개발업체 ‘캐시워크’와 협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외 AIA생명과 KB손해보험, 흥국생명, 악사손보, 삼성화재, 오렌지라이프 등은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각 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정 하루 평균 걸음 수를 측정해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포인트로 제공해 주는 단순한 방식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할 경우 휴대폰 보다 걸음 수가 정확하게 측정되는 장점이 있지만 고객이 자비로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해야 한다.

국내 보험산업이 웨어러블 기술 활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보험업법상 특별이익 제공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특별이익 제공 금지 조항’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그 체결 또는 모집과 관련,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보험계약 체결 시부터 최초 1년간 납입되는 보험료의 100분의 10과 3만원 중 적은 금액을 넘지 않는 금품만 제공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보험사들이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지 않는 것은 기기 ‘단가’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애플워치를 제외하고는 저렴한 웨어러블 기기도 많지만 이 기기를 활용해 보험료와 직결되는 보험요율을 산출하기가 실제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 보호 및 사용방법,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 처리 등에 관한 개인정보 수집 관련해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웨어러블 기기는 GPS를 이용해 이동 패턴, 소비 패턴, 건강 정보 등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의 소지가 있어 보험업계, 의료업계,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이 대립한다.

최예린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보험사가 규제, 투명성, 웨어러블 기기 활용에 따른 기회와 위험 등을 고려해 잠재위험을 제거한다면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상품 또는 웰니스 프로그램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다”며 “보험사가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메트릭스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수익률 제고와 더불어 고객관계 개선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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