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산업은행 ‘무용론’…국민혈세만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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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산업은행 ‘무용론’…국민혈세만 ‘피눈물’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10.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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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대 소송 휘말린 산은, M&A협상력·자회사 관리 ‘부재’
실물기업 국책은행 부당성 제기…소액투자자도 ‘집단소송’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KDB산업은행 무용론’이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수조원대 피소에 휘말리면서 기업 구조조정과 정책금융기관의 지위와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소송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협상력과 자회사 관리 능력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회장 취임 후 잇따라 판결이 뒤집어 지는 사례도 이어지면서 산업은행의 법적대응 시스템에도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급한 대우조선 매각, 대법서 ‘철퇴’

16일 정치권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산업은행은 한화케미칼이 제기한 대우조선해양 인수 해지에 따른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다. 법원은 산업은행 등이 1260억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화케미칼은 한화 컨소시엄을 대리해 지난 2008년 11월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9639만주를 6조3002억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우선 지급했다. 계약 위반시 이행보증금을 산업은행이 갖는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한화가 계약을 미루다 양측 이견으로 2009년 6월18일 계약이 최종 결렬됐다.

이에 산업은행은 양해각서에 따라 한화가 지급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한화 측은 대우조선에 대한 확인 실사를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산업은행이 이행보증급 전부를 돌려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 판단해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한화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급하게 대우조선 매각을 서두르다가 손실만 입게 됐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조선업과 관련한 산업은행의 미숙한 대응 사례는 또 있다. 2007년 조선업황 위기가 코앞일 때 산업은행은 STX중국법인에 무리하게 대출해줬다가 대출금을 못 돌려받자 투자은행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만큼 조선업 관련 구조조정이나 금융정책을 수행하는 데 산업은행이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승소를 확신한 소송 결과가 빗나간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산업은행은 ‘모뉴엘 대출사기 사건’을 놓고 한국무역보험공사와의 4년간의 소송에서 법원 중재로 각각 50% 과실을 받아들였다.

전자제품업체인 모뉴엘은 2007년부터 7년간 허위 수출실적을 토대로 무역보험공사로부터 보증을 받아 은행으로부터 3조2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법정관리를 신청해 파산했다. 이에 은행들은 모뉴엘에 수출보증을 해준 무보에 보험금 청구를 했지만 무보가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산업은행은 342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에 그친 셈이다.

◇패소 대비금 전체 피소액의 43%만 비축

산업은행의 자회사 부실 관리는 소액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에도 직면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2015년 5월 회사 내 회계 비리 정황을 파악해 3조원대 손실을 공개했음에도 제대로 된 회계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2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이에 산업은행의 자회사 대우조선의 소액주주 700여명이 손배해상을 제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제는 실물 기업과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한 결과로 빚어진 산업은행의 각종 소송이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의 지분은 기획재정부(91.62%), 국토교통부(7.68%), 해양수산부(0.70%) 등 100% 정부가 갖고 있다. 특히 전체 피소액의 43.02%인 6453억1300만원만 패소를 대비한 소송충당부채로 잡고 있어 앞으로 소송 관련 법원 판결에 따라 손실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소송가액이 3조원이면 법원에서 이기면 몰라도 지면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응·관리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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