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 전기차배터리 지원 공세…한국은 ‘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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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중국, 전기차배터리 지원 공세…한국은 ‘게걸음’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8.10.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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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전기차배터리 국고보조금 허용으로 중국에 맞불
기술력 갖춘 국내 업체, 각국 공세와 견제에 도태 우려
지난해 5월 헝가리 괴드시에서 열린 삼성SDI 전기차배터리 공장 준공식에서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제공

[매일일보 백서원 기자] 한국·중국·일본 3개국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왕좌’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도전장을 던졌다. EU는 앞으로 전기 자동차 배터리 연구에 국고보조금을 허용한다. 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공동으로 건립하는 기업들에도 거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이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자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EU도 보조금 지원 허용이라는 맞불을 놓았다. 전폭적인 투자로 아시아의 배터리 기술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각국이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한국의 대비는 미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EU의 자동차 산업이 아시아 배터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결국 거대한 전기차 시장을 만드는 경쟁에서도 밀릴 것을 우려해 이런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라고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 배터리 기술을 무조건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가 핵심이 되고 있다”면서 “배터리 사업에 있어서 한중일이 삼국체제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데 EU에서도 배터리 산업화를 위해 독려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현재 존재하거나 건립될 배터리 생산설비의 80%는 아시아에 있다. 중국이 69%를 혼자 점유 중이다. 이어 미국이 15%, EU가 4%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EU가 배터리 생산역량을 높이기 위해 작년에 도입한 프로젝트는 다섯 갈래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개별 EU 기업은 일부 회원국 국경을 넘나드는 프로젝트와 연계되면 연구비의 100%를 지원받을 수 있다.

EU는 ‘호라이즌 2020’ 연구기금에서도 2억 유로(약 2621억원)를 배터리 프로젝트에 할당해놓았다. 시범설비를 건립하는 자금으로 8억 유로(약 1조486억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 촉진을 원하는 지역들은 220억 유로(약 28조8363억원)에 달하는 지역기금에 지원 신청이 가능하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의 EU 버전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유럽전략투자기금(EFSI), 유럽투자은행(EIB)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다. 현재 26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4개 그룹이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현재 각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글로벌 업체들이 기술력을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16년 12월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노골적인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을 이뤄냈다.

우리 정부도 매년 연구개발 수요를 조사한 뒤 선정된 배터리 업체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배터리 사업에 확고한 지원정책을 드러낸 만큼 우리 정부가 다소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을 인정해 오히려 R&D 지원에 소극적인 실정”이라며 “중국 업체 등과 기술 격차가 더 좁혀지기 전에 R&D 부문 집중 투자와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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