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황 방북시 김정은 위원장의 '인권선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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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황 방북시 김정은 위원장의 '인권선언' 기대한다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10.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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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교황이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하신다는 얘기가 있다"며 국내 가톨릭 고위 관계자발 소식을 전했다.

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을 만나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초청의 뜻을 전달하기로 돼 있다. 언론에서는 교황이 초청에 응하는 결정을 할지 여부를 두고 여러 전망 기사를 내놓았는데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거기에 추 하나를 더 얹은 셈이다. 교황청은 이미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도 방북을 추진했었다고 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교황 초청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먼저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교황을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떠나'고 제안했고 곧바로 김 위원장이 '평양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대화 내용으로만 보자면 교황의 평양 초청은 먼저 제안한 문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인 김 위원장도 '즉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길 바란다. 특히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곧바로 결정한 게 아니어야 한다.

2012년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 종교 단체는 있으나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정부가 인정한 단체만 일부 활동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해외 선교사들과의 접촉이 제한적이라고 하니 그들만의 종교를 믿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국내외 가톨릭계 일부에서는 교황이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보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입장 변화도 주목하고 싶다. 교황의 평양 방문은 종교 탄압을 포함한 인권 유린 국가로 국제사회에 알려진 북한이 고립된 사회에서 한 발짝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은 정상회담 때마다 아내를 동행하고,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가지며 정상국가화 행보 노력을 보이고 있다. 북한으로선 국제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을 버리는 일 말고도 인권탄압 문제 해결처럼 '정상국가'로 인정받아야 하는 중요 과제가 놓여 있다. 그러니 전세계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교황을 초청한다는 의미가 북한 내 종교 자유화 문제, 인권 문제를 고민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중대한 결단이었길 바란다. 그래서 교황과 만난 김 위원장이 ‘되돌릴 수 없는’ 인권 문제 해결을 국제사회에 약속해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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