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도 재입학 ‘러시’…지방대생, 서울로 집중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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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도 재입학 ‘러시’…지방대생, 서울로 집중 ‘가속화’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8.10.14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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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로스쿨생, 대형 로펌 입도선매에 상대적 박탈감도
대형 로펌, 서울권 로스쿨생 편중 심해
로스쿨생들 다시 또 로스쿨 지원 ‘되풀이’
로스쿨생 대상 변호사시험 대비 입시학원에서 한 강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복현명 기자.

[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 지방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에 다니던 A씨는 올해 다시 법학적성시험을 다시봤다. 그는 “졸업 후 법조인 생활하는데 학교 간판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소위 인서울권 명문 로스쿨을 나오지 않으면 대형 로펌에 가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며 “2년 동안 선행학습 한 셈이라고 친다면 손해보는 건 아닌거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방의 로스쿨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반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실시된 2019학년도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리트)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만502명이 지원했다. 이 중 응시자 상당수는 로스쿨 재학생들이었다.

로스쿨 시험은 학부 성적과 공인 영어 시험, 면접 등 정성·정량 평가로 실시된다. 하지만 로스쿨 학원가에서는 “리트 시험기간이 되면 제일 바쁜건 재학중인 로스쿨생들”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형 로펌들은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아 지원자를 평가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80시간 이상 실무경험을 쌓아야 하는 로스쿨 졸업요건에 대응해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인턴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로스쿨 2학년 1학기를 마친 후 지원 접수를 받아 겨울방학 인턴 과정을 실시해왔으나 최근에는 일부 대형로펌에서 1학년 겨울방학때 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사실상 1학년때 로펌 입사를 확정짓는 셈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로스쿨 성적서 등의 서류로 인턴을 선발하나 정작 로스쿨 성적반영비율은 높지 않다. 로펌에서는 인턴 기간을 실무평가로 활용해 각종 과제를 수행하고 평가받으면 면접을 본다. 학생들은 별도 임금도 지급받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기회가 대부분 인서울권에 위치한 상위권 로스쿨 학생들에게 주어진다는 점이다. 로스쿨생들이 선호하는 진로인 검사나 대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러크), 대형 로펌 변호사 역시 상위권 로스쿨을 졸업해야 수월해진다.

대형 로펌들은 공식적으로 인서울권과 지방의 로스쿨을 차별하지 않고 인턴을 선발한다. 하지만 올해 법무법인 율촌·화우·바른·지평·광장 등 대형 로펌 5곳의 로스쿨 출신 신입 변호사 76명 충 SKY 출신이 65명으로 전체의 약 85%를 차지했다. 새로 임용된 검사 47명 중 SKY 로스쿨 출신은 40.4%(19명)이었고 로클러크 56명 중 25%(14명)이 SKY 출신이었다.

반면 지방대 로스쿨 합격생의 경우 로클러크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로클러크는 2년간 판례 분석과 보고서 작성 등 법원에서 재판업무를 돕는다.

지난달 28일 정갑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7년간 로스쿨을 졸업한 뒤 임용된 검사 중 67.6%가 소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별로 보면 △서울대(학부) 111명 △연세대 64명 △고려대 52명 △성균관대 25명 △이화여대 14명 등으로 지방대 출신은 3.6%, 12명에 불과했다.

학벌 편중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로스쿨 제도가 오히려 소위 SKY 쏠림 현상을 가중 시키고 지방대 홀대를 심화시킨 것이다.

이러다보니 지방 로스쿨생은 인서울로, 서울권 로스쿨생들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을 목표로 리트 시험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최대 2000만원에 달하는 1년 등록금을 기회비용으로 생각하면서까지 로스쿨을 옮기는 이유는 취업 때문이다.

지방의 한 로스쿨 교수는 “적성문제로 자퇴를 하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에 대다수 학생들은 다른 로스쿨 진학을 위해 자퇴나 휴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대형 로펌들이 서울권 로스쿨 학생들을 입도선매를 하는 바람에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어 이러다가 지방대 로스쿨은 고사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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