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현 칼럼] ‘까치의 경고’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상태바
[배동현 칼럼] ‘까치의 경고’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 고산정 시인 배동현
  • 승인 2018.10.09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어떤 사람은 인간의 감각기관 중에서 후각만큼 우리의 기억을 포괄적으로 되살려 놓는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나의 생각으로는 시골에서 자란 탓에 어쩌다 두엄냄새를 맡으면, 초가집의 어둠침침한 방들, 천장에서 쥐들이 난리를 칠 때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쥐똥소리와 메주 뜨는 냄새가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청각이 어릴 적 기억을 더 많이 품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로 계절을 느끼면서 나이를 더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소리들 중에서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유달리 까치의 소리를 들으면 한동안 아련한 옛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우리에게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여겨져왔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라는 동요 가사처럼 까치는 아직 오지 않은 설날을 미리 맞이하게 함으로써 우리들의 마음을 기쁨으로 들뜨게 한다. 까치가 시골 집 뒤뜰에 서있던 커다란 미루나무에 날아들어 아침을 여는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나에게 찾아올 막막한 미래의 기쁜소식에 대해 가슴을 설레이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까치 소리를 들으면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나하고 괜히 가슴이 덜렁 덜렁한다. 

그런 까치가 지금은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본다. 까치가 잘 익은 과실을 마구 파먹어서 농촌에서는 까치와의 전쟁이 한창이라고 한다. 농부들이 한해 농사를 망치지 않기 위하여 그물을 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까치를 몰아내려고 안간힘을 다하여 보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농부들은 급기야 과수원에 날아드는 까치들을 사냥하는 마지막 방법까지 동원하고 한다. 

한때는 길조로 여겨졌던 까치가 이제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로운 동물로 박멸당할 지경에 처해있고 보면 새삼 시대의 변화를 실감나게 느끼게 된다. 이런 소식을 들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는 까치의 소리가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즐거운 노래 소리로 들리기보다는 괴로운 울음소리로 들리곤 한다. 

첫째, 까치가 과일을 쪼아 먹는다는 것은 우리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까치는 동물성과 식물성 모두를 먹는 잡식성 조류로 알려져 있다. 까치들이 비교적 손쉬운 과실을 먹이로 선택한다는 것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다.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좋은 소식’을 알려주던 까치소리가 이제는 환경과 생태계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메신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든다. 

둘째, 까치의 울음소리는 목전의 이익만으로 생태계 전체의 문제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까치는 곡식과 과일 같은 농작물을 먹기도 하지만, 번식기에 새끼에게 주는 먹이는 대부분 곤충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까치가 과실이 익기 전에 잡아먹는 해충의 양이 막대하리라는 것이 정당한 추정이라면, 까치를 유해조수로 규정해 퇴치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까치가 사라지고 나면 해충에 의한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해충 방제 비용은 까치에 의한 농작물 패해액을 훨씬 상회할수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 까치의 울음소리는 우리의 미래가 생태계의 보존에 달려 있다는 경고음 일수도 있다. 까치를 우리의 생활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또 까치에게서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술적 편의만을 추구한 우리들만의 방편일수 있다. 그렇지만 자연은 우리가 환경을 더 이상 돌보지 않는다면 우리와 함께 파멸할수 있다는 경고음 일수도 있는 것이다. 

깨끗한 환경은 분명 미래사회의 복지지수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해질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경고를 여전히 바르게 보려 하지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행복과 편의, 목전의 이익에만 눈멀어 우리는 닥아올 미래를 바르게 읽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새만금 선예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싶다. 이율배반적인 행태의 반복은 이제는 더 이상 안된다. 이제까지 투자한 돈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얻을 이익도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망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사라질 갯벌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황폐화될 환경을 생각하면  이또한 만만한 일이 아닐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의 변화에 눈감는 세테에게  주는 까치의 오늘의 마지막 경고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