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담판서 ‘비핵화 시간표’ 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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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핵담판서 ‘비핵화 시간표’ 왜 사라졌나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8.10.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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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패전국 대우에 불쾌감...협상 불발시 핵시설 노출 부담도 / 美, 핵리스트·비핵화 시간표 요구에 협상 평행선 / 트럼프, 국내 정치 고려 조기성과 위해 北에 양보 관측
북미 외교수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회동했다. 사진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회동 장면.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북미간 비핵화 담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기한인 2021년 1월까지 북한 비핵화를 종료해야 한다는 비핵화 시간표가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1기 성과를 평가하는 중간선거(11월 6일)를 한 달여 앞두고 최근 40%대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시간압박은 물론 기존 핵·미사일 리스트 제공과 종전선언 교환 입장을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 시간표 제시는 北의 항복선언

미국은 그동안 공공연히 북핵 제거 시간표를 북한에 요구해왔다. 비핵화 시간표는 북한 내 비밀 핵시설 등 핵리스트 공개를 수반한다. 이는 북미 간 협상이 도중에 무산될 경우 북한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된다. 한마디로 미국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핵리스트 제시 요구에 대해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요구하는 방식인 '리비아식'이라고 반발해왔다. 북미 정상 간 센토사합의가 나왔음에도 북미 간 협상이 평행선을 달려온 이유다. 최근에도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차 방북에서 핵리스트 제공을 종용하자 "강도 같은 짓 말라"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후 8월말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美, 동시 단계적 비핵화 방안 수용할 듯

이런 사정으로 인해 북한은 중국과 함께 핵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가 없는 동시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들을 실행해 나갈 때마다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나 종전선언, 평화체제 협상 등을 보상받는 방식이다. 실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를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종전선언을 요구해 왔다. 북한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의 상징인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을 끌어내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카드를 먼저 제시한 것이다. 미국이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북한의 동시 단계적 해법을 수용한다는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전체 핵리스트를 건네받아 폐기 시간표를 짜는 방식보다는 북측 해법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간선거 앞두고 궁지 몰린 트럼프의 양보

미국의 이 같은 판단에는 미국내 정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1기를 중간평가받는 중간선거(11월 6일)를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와 백악관의 난맥상 폭로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선거개입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도 본격화 되고 있다. 이같은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겐 절호의 기회이자 대북 경제제재를 조기에 끝낼 북-미 간 회담에서 전략적 시기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를 알고서도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가 국정 1기의 최대 치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한 이후 북한에서 어떤 핵과 미사일 도발도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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