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깊어가는 가을, 추억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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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깊어가는 가을, 추억여행을 떠나요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10.04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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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집가게, 60x73cm, with a pen use the acrylic ink on paper, 2016. 사진=이미경 공식사이트

얼마 전 재미교포 사업가로부터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구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지난해 영국BBC 인터뷰 기사를 우연히 읽고 고국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 이를 달래고 싶다는 사연이었다. 인터뷰 기사의 주인공은 이미경 작가다. 이미경은 20년 동안 전국의 사라져가는 ‘구멍가게’를 펜화로 그려온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어린 시절 추억 속 정겨운 동네골목 풍경이 가득하다. 구멍가게 주변 소박했던 과거 한국의 동네 풍경을 보노라면 아련한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홍매화가게’, ‘제씨상회’, ‘감나무집가게’, ‘봉평상회’ 등 그의 작품은 이름만으로도 추억의 메신저다.

깊어가는 가을, 바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어린 시절 추억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작가는 도시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힐링의 여유를 주기 위해 전국에 남아있는 구멍가게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청송상회, 장자상회, 유림상회, 하팔상회, 대화슈퍼, 유구슈퍼 등 내법리에서 또 해남에서 많은 가게를 그렸다”며 “새벽과 으스름한 해질녘의 정취를 그린 작품보다는 따스한 정(情)을 머금은 한낮의 가게풍경작품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또 “그 외에도 정거장, 가족, 목마, 꽃가게, 인형들도 종종 그렸다”며 “마치 기억의 소풍을 가듯 구멍가게를 찾아다니며 그렸다”고 했다.

특히 이미경의 작품에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어린시절 보물들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그의 고향은 영화 박하사탕 촬영지로 유명해진 공전역 부근 애련리 두메산골이었다. 어린 시절 작가는 누구나 그랬듯 소꿉놀이에 쓰는 보물상자가 있었다. 그 상자 안에는 완구용 자동차, 외국잡지를 접어 만든 딱지, 주사위, 고장 난 손목시계가 들어있었다. 작가는 그 물건들 옆에 잘생긴 돌맹이, 병뚜껑, 구슬, 꿩 깃털, 나무열매, 이름 모를 들꽃, 들풀 등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조합하면서 그것들을 병에 담기도 하고 붉은 벽돌 조각을 갈아 고춧가루를 만들어 보기도하고 호박꽃을 잘라 계란말이를 만들고 수저는 밤쭉정이에 나뭇가지를 꽂아 만들고 진수성찬을 차려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의 작품에는 그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추억여행 티켓으로는 최고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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