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못찾는 ‘스팩 시장’…올 들어 상장폐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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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못찾는 ‘스팩 시장’…올 들어 상장폐지 잇따라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8.09.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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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폐지 ‘스팩’ 13건 전년보다 4건 늘어…낮아진 증시 진입 문턱에 직접 상장 선호↑
자료=한국거래소 제공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해 파트너를 찾지 못해 상장폐지에 이르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들의 주식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 보다는 직접 상장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폐지한 스팩은 13건으로 지난해 9건보다 4건 늘었다. 상장폐지 사유로는 13건 모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사유로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하이에이아이1호스팩’과 ‘케이비제9호스팩’까지 합하면 총 15건의 스팩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스팩은 기업 인수와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증권사가 미리 자금을 공모해 스팩을 상장시켜 놓고 우량기업을 찾아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합병할 기업을 찾는 동안은 증시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된다.

또 상장한 후 2년6개월 안에 합병할 기업을 찾아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실패하면 1개월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상장폐지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스팩시장 부진을 낮아진 문턱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 들어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상장 방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기술특례 제도 개편을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의 코스닥 상장이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적자 기업도 성장성이 있으면 상장할 수 있게 하는 ‘테슬라 요건’이 도입됐다.

활로가 좁아지다보니 상장폐지 기간에 임박해 무리하게 합병을 시도하다가 거래소의 상장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합병 대상 기업이 상장을 철회하는 일부 스팩도 있다.

올해 첫 상장폐지 스팩인 미래에셋3호스팩은 리얼야구존과의 합병을 시도했다가 지난해 10월 합병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은 뒤 청산 절차를 밟았다.

특히 투자자가 해당 스팩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 매수 뛰어든 경우라면 상장폐지 시 손실을 안길 수도 있다. 스팩 주가가 기업인수 발표전 급등락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봤을때 스팩 상장 후 합병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일시적 착각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스팩이 상장 폐지되면 주주에게 공모가 수준의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지만, 우량 기업과의 합병을 기대하고 공모가 이상 가격으로 스팩을 사들인 투자자라면 손해가 불가피하다.

한 시장 관계자는 “고점에서 스팩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스팩 주가 하락으로 상당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스팩 주가의 불안정성 및 이상 급등은 투자자간 머니 게임을 불러 일으켜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야기하고 스팩 투자 및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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