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이 먼저인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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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람이 먼저인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기대하며
  • 이아량 기자
  • 승인 2018.09.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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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구 도로교통공단 홍보처장
우진구 도로교통공단 홍보처장

[매일일보] 세계 경제대국 11위에다 자동차 생산량 세계 6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어두운 민낯의 그림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교통사고 사망률이다. 우리나라가 자동차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로 국제적인 인지도와 명성을 쌓아가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국민적 관심과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는 21만6335건, 이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4185명, 32만2829명에 이른다. 전년도 대비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1% 감소했고 사망자와 부상자 수도 각각 2.5% 2.7% 줄어드는 등 최근 수년 동안 지속적인 감소추세에 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평균 교통사고율과 사망률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차량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차량 중심의 교통정책에서 사람의 안전을 더욱 우선시하는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올해 초 경찰청을 중심으로 교통관련 유관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람이 우선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교통안전문화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한 나라의 교통문화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크게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가 교통사고에 대한 심각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특히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교통법규 준수와 제도개선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가계야목(家鷄野鶩)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집안의 닭은 천하게 여기고 들판의 물오리는 귀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일상의 익숙한 것을 멀리하고 새롭고 진기한 것만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물의 근원이 사람이고 사람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배제된 채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은 차량의 원활한 소통과 흐름을 중시하는 교통문화를 형성해 왔다.

이제는 느림의 미학을 가지고 사람의 생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교통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운전자의 조급함이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을 야기하고, 안이한 운전습관이 음주운전과 교통법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양보와 배려의 운전문화 정착은 몇몇 운전자만이 실천한다고 해결된 일이 아니라 모든 운전자가 함께 노력하고 실천하는데 동참해야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행자 중심으로 정착되어 있는 영국의 교통문화를 흔히 오랜 전통의 마차문화에 기인한다고 한다. 수레를 이끄는 말은 마차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거나 갑자기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그 자리에 정지한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를 보노라면 옛날의 가마문화를 연상하게 된다. 가마를 타는 특권층을 위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마만 보면 피하던 문화가 오늘날의 우리 교통문화에 짙게 배어있다는 느낌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통문화가 사람이 편히 다니기 쉬운 보행자 중심보다는 자동차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차량운행의 편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통정책이 추진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교통환경이 변화하는 시기에 발맞춰 교통선진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가마문화에서 마차문화로’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람을 우선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교통문화의 정착을 통해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교통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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