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육부, 이제는 제 역할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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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부, 이제는 제 역할 할때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8.08.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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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교육부가 1년이란 시간동안 대입 개편안을 이슈화하더니 결국 대입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교육부에서 시작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등을 거쳐 다시 교육부로 돌아와 결국 정시 인원을 늘리고 제2외국어를 절대평가로 바꾼 것뿐이다.

정작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대입은 단순해야 한다”는 지시를 반대로 한 셈이다. 입시는 학생과 학부모, 약 2000개가 넘는 고교 교사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다. 그것을 시민 정책참여단 100명이 대입제도를 정한 것이다. 주무 부서인 교육부는 결정과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 보였다.

정작 교육부가 최근 스스로 제 역할을 한 것은 교과서에서 항공사 회장 아들의 20년 전 편입학을 취소한 것과 교과서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없앤 정도다.

특히 이번 입시 개편안은 하나의 수능시험에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라는 두 가지의 평가 방법이 혼합됐다. 영어와 제2외국어 과목은 절대평가지만 국어·수학·사회·과학 과목은 상대평가다. 평가 방법을 나눈 이유 조차도 교육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정시전형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만약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에게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며 엄포까지 한다.

새 입시안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1년 예산이 약 68조원이나 되는 교육부는 대학들에게 예산과 감독권을 이유로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지난 17일 교육부는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학점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야말로 가관이다.

교육 정책은 100년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1년을 내다보며 곡식을 심고 10년을 생각해서는 나무를, 평생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다는 중국 관자에서 유래된 말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통령 임기인 5년만을 바라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듯한 모습이다.

교육부의 말 한마디, 정책 하나에 정작 1만개가 넘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흔들린다. 거기에 학생, 학부모, 입시학원들까지 요동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추진력 있게 정책을 밀어붙일 수도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교육부를 보면 정작 중요한 정책 결정은 남에게 맡기고 수수방관하는 것 같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미래의 일꾼이 될 학생들에게 그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줘야 한다. 교육정책이 자꾸 오락가락하면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국가다.

교육부라는 이름에 걸 맞게 입시혼란으로 혼란에 빠진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준비하고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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