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사 풀린 여수산단, 미래전략보다 현재점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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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사 풀린 여수산단, 미래전략보다 현재점검부터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8.08.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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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백서원 기자]  '화약고'로 전락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최근 3건의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여수산단은 정부의 석유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조성돼 국가 경제성장의 한 축을 견인해왔다. 동시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란 오명을 쓰고 있다.

산단은 화학 공단의 특성상 화재·폭발·유해가스 유출 등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을 항상 지니고 있다. 인근 주민과 현장 근로자들도 상시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업황 호조로 산단에 수조원 대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안전 문제부터 해결해야 미래 성장도 가늠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관리 체계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수산단은 40년을 넘긴 시설들이 가동되는 동안 가스 누출과 화재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967년 조성 이후 발생한 안전사고는 321건으로 사망자만 133명이다. 부상자는 245명이고 재산피해액도 16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그간 도마에 오른 ‘형식적 안전점검’과 ‘안전불감증’, ‘땜질식 보수’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사고 때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이 나서 안전점검을 시행하지만 지적사항만 무더기로 적발되며 되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사고 발생시 일부업체들의 사실을 축소·왜곡하려는 의도가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확인됐다. 이러한 업체들의 태도는 결국 제2, 제3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사업주의 관리 실태 지도·감독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여수 시민단체는 여수시 화학물질 알권리 조례에 근거해 구성·운영되는 화학물질안전관리위원회가 1~2차례의 형식적인 운영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2년 환경부 등 5개 부처가 화학사고를 예방·대응하기 위해 꾸린 여수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역시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최근 여수산단 시민 737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벌인 결과, ‘산단이 안전한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40.4%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지역경제 발전 기여도에 대해선 응답자의 63.5%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각 산업단지는 그간 국가와 지역 경제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 뒤에는 항시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그림자가 따라붙고 있다.

현재 여수시는 여수산단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여수산단과 가까운 율촌2산단 조기 조성으로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를 도모할 계획이다.

바람 잘 날 없는 여수산단. 반세기를 돌아 이젠 4차산업혁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산단 내 보유 설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국가차원의 총체적 재난관리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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