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해양플랜트 수주 유난히 부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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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사, 해양플랜트 수주 유난히 부진한 이유는?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8.08.20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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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45개월째 수주 없어 해양 2공장 부지 매각 결정
대우조선·삼성중도 중국·싱가포르 저가 공세에 밀려 일감바닥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원유 생산·시추 설비인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유난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 3사는 국제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벌써 1년이 넘도록 신규 해양플랜트 수주를 따오지 못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45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를 하지 못한 현대중공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해양플랜트 모듈 등을 제작하던 온산 2공장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지는 오는 25일 전후로 가동 중단하는 울산 동구 방어동 소재 해양야드와는 다른 곳으로, 일감부족으로 2016년 11월 가동 중단 이후 조선 생산설비 등이 철거 돼 사실상 빈 땅이다.

현대중공업이 공장부지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해양플랜트 부문 일감 부족 때문이다. 더불어 추가 수주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해양사업본부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수주한 나스르(NASR) 원유 생산설비를 인도하는 오는 25일 전후를 기점으로 가동중단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를 논의해야하는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은 난항을 빚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휴가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교섭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해양 부문 유휴 인력 2000여명의 무급휴직을 노조 측에 제안했지만 노조는 유급 순환휴직과 인력 재배치 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수주 성적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3조원 규모 초대형 원유생산 플랜트(TCO 프로젝트)를 따낸 이후 신규 수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조선 3사 가운데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이 가장 많긴 하지만, 지난해 6월 ‘코랄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 이후 수주가 전무하다.

국내 조선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극심한 수주절벽을 겪는 이유는 해양생산설비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들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저가 입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내 조선 3사를 제치고 요한 카스트버그(원유 생산설비) 프로젝트를 따낸 싱가포르 샘코프마린의 입찰 가격은 국내 조선사보다 20% 가까이 낮았다. 싱가포르 조선사들은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시아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원가 경쟁력에서 한국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 업체들은 기술력에서도 이미 국내 업체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과거 중대형 생산설비의 경우 국내 조선 3사가 수주를 나눠가졌지만, 지난해부터 싱가포르와 중국 업체에 빼앗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2도크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다만,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미국 석유회사 셰브런의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로즈뱅크 프로젝트’ 입찰에 싱가포르 업체와 함께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영국 북해 셔틀랜드 군도에서 175㎞ 떨어진 해상에서 유전을 개발하는 것으로, 수주 규모만 약 20억 달러(한화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당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입찰에 참여했으나 중도 탈락했다. 수주 최종 결과는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아직 결과를 낙관하기엔 이르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한다면, 향후 국내 조선 3사에게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최근 2년 사이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해양플랜트 수주에 나서는 싱가포르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번번이 밀리고 있다”면서 “하반기 해양플랜트 수주 성과에 따라 반전의 계기를 마련 할 수도, 혹은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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