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안 보인다” 어느 소상공인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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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안 보인다” 어느 소상공인의 절규
  • 나기호 기자
  • 승인 2018.08.19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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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배테랑도 폐업 결정… ‘지역 재개발·최저임금 인상’ 가중
(위 부터) 경기도 성남시 금광1구역 주택개발정비사업 철거현장. 지역 재개발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폐업을 결정한 매장 전경. 사진=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20년이 지난 지금 남는 건 ‘빚’ 밖에 없고 희망도 안 보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금광동에서 20년을 넘게 자영업을 영위한 심흥섭(가명·62세)씨는 지난 18일 본지와 만나 최근 폐업을 결정한 이유로 ‘지역 재개발-최저임금 인상’ 등을 꼽으며 이 같이 밝혔다.

심 씨는 1997년부터 금광동 소재에서 20여년간 횟집을 운영했다. 다섯 식구가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키도 했다. 넉넉하진 않았어도 세 자녀 대학과 시집·장가까지 보낸 소중한 보금자리였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금광동 일대는 재개발 지정으로 주민들 대다수가 퇴거한 상태다. 금광1구역을 비롯한 금광3구역, 상대원3구역 등에는 앞으로 재건축·개발사업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심 씨는 “주민들 90% 이상 퇴거가 결정되면서 추가 대출을 받아 인근 동네로 이사를 하거나 지역을 벗어났고, 사람들 발 길도 끊긴 상황이라 장사터를 옮기려해도 비싼 임대료와 권리금 문제로 용기조차 내기 어렵다”며 “더욱이, 점포 계약기간도 남아있어 임대료 감당도 버거운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호소했다.

심 씨가 폐업을 결정한 원인 중에는 최저임금 인상도 포함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상된 최저임금 두 자릿수 여파가 고스란히 스며들었기 때문. 심 씨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상공인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정치권의 직무유기이자 가족장사, 무인화 소형점포 등으로 전환되는 악순환적 생태계가 반복될 것이라고 예단했다.

심 씨는 “이러한 상황(최저임금 인상)에 최근 정리한 가게에서 배달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감당하기 힘들었고, 생계유지를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음은 물론 비상용으로 만들어 둔 마이너스통장까지 사용했다”면서 “어차피 나이 때문에 직장을 못구하니 다시 장사를 시작한다면 큰 욕심없이 1~2인 기준의 소형점포로 창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씨는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으로 지난해 20년 간 운영한 횟집을 접고 B사의 치킨프랜차이즈 창업을 시작했다. 이 가게는 오후 4시부터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했다. 주방직원 2명과 30석 규모의 홀 손님 커버를 위해 알바 2명을 고용했다. 마지막 장사인 지난 6월만 놓고 보면, 매출 3800만원에 인건비는 820여만원이 지출됐다. 여기에 임대료 550만원과 월 10~12회(한 회당 200만원 상당) 납품받는 식자재 가격, 배달비(건당 3000~4000원), 광고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에 가까웠다.

심 씨는 “닭 한 마리를 팔아서 남는 건 많아봤자 3천원이다. 이 또한 사장인 내 인건비가 빠진 것이며, 직원보다 못한 수익을 벌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임대료도 2년 재계약 시점을 기준 꾸준히 올라 혼돈과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곧 발표할 자영업·소상공인 대책과 관련한 질문에는 “요즘은 폐업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년도 채 안된다. 또 어느 업종이든 영세상인들은 문제를 제기할 여력과 시간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예전부터 여럿 이슈(자영업·소상공인 대책)가 떠돌았지만, 희망은 없어 보인다. 가장 중요한건 쉽고 복잡하지 않은 체감형 정책, 그리고 뛰어난 지식보다 현장에서 나온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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