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현대미술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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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현대미술 포비아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8.16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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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훈, Gemstone Isle#10, oil on canvas, 91x117cm, 2017. 사진=더트리니티 제공

일반인들이 예술을 어려워한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라치면 “그림에 문외한이라서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현대 추상미술에 일반인들이 보이는 반응은 ‘포비아’(객관적으로 볼 때 위험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은 상황이나 대상을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증상)에 가깝다. 일반인들에게 현대미술은 고상하지만 난해한, 그래서 일부 애호가들만의 세계이다. 혹자는 ‘현대예술과 대중예술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장벽이 존재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실상 예술에 정답은 없다. 같은 작품이어도 시대적 상황이나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된다. 되레 모르는 만큼 답이 많은 것 또한 예술이다. 현대미술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해석을 넘어 감상의 몫이 오롯이 내가 되는 것이 가장 순수하게 작품을 즐기면서 심미안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주체적으로 작품과 교감하고 감정을 승화시켜 크고 작은 성찰을 얻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훈련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회화를 작업하는 하지훈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자연을 담은 풍경화인 듯 추상화인 듯 모호하다. 화면 중앙의 덩어리인 섬으로 보이는 자연은 거친 붓놀림으로 엉키고 뭉개져 있다. 그가 경험한 자연풍경의 이미지에 무형의 개인적 기억과 감정이 투영된 것이다.

작가는 “내가 주목하는 것은 자연의 모습에서 개인의 경험을 통해 숙성되어진 영구적 형태로서의 전환이다. 과거 사건들의 무대이자 배경이었던 풍경의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감정과 뒤섞여 의식 속에 모호하게 남아있고, 나는 이러한 이질적 잔영과 낯설음을 발견하고 이것을 구체화시키려 한다. 자연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대상의 단편적인 사실이 아닌, 대상의 이면이나 기억과의 연관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림 속 풍경은 개개인의 경험만큼 보여 질 것이며 낯설음의 경험과 감정이 가시화된 이미지를 통해 공유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일반인이라도 무언가 구체적인 형상을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그 구체적인 형상에서 파생돼 나온 추상적 표현에도 어느 정도 접근이 가능하다. 가령 섬의 형태를 닮은 덩어리에서 관객들은 섬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발견한다. 그 다음은 각자가 탐색해야 할 몫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풍경을 보면서 생겨난 온갖 기억과 감정 등을 그 덩어리에 함축해 놓았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구상과 추상, 내용과 형식, 붓질의 속도와 차이, 완급의 조절, 명확함과 모호함의 사이에서 작가는 줄타기를 한다”며 “작품은 관객들 저마다의 감각과 세계관, 기호와 취향, 그리고 자신들의 미술에 대한 신념과 인생관에 의해 선택되고 해석된다”고 했다.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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