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 도입 가시화…항공·면세업계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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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면세점 도입 가시화…항공·면세업계 ‘난색’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8.08.15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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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면세점으로 매출 올리던 국내 항공사들 반발
출국장 면세점 운영 중인 면세업계도 반응 시큰둥
지난 14일 오후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모습. 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정부의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가시화 되면서 항공업계와 면세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그간 입국장 면세점을 대신해 기내면세점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렸고, 면세업계도 현재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공항 내 면세점은 출국 시에만 이용 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의원입법 발의를 통해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추진했지만, 매번 기획재정부·관세청, 항공사 및 경찰·국가정보원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73개국, 137개 공항이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국제공항과 일본 도쿄나리타국제공항에서도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내국인 관광객들이 출국할 때 구입한 면세품을 여행 내내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게 된다. 또 출국장 인도장으로 몰리는 인파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와 면세업계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기존 면세점 매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도 기내 면세품에 대한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항공사들은 그간 입국장 면세점과 같은 기능을 하는 기내면세점 사업을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기내 면세점 사업으로 거둔 매출은 1699억원, 아시아나항공은 964억원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하면 기내 면세점 사업 매출은 3161억원에 달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항공사들의 기내면세점 매출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도착 후 면세품 구매 수요 증가와 세관검사 절차 강화로 수하물회수를 비롯한 입국 절차에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내 소비가 주 목적인 입국장 면세점은 해외 여행객이 필요한 신변용품에 대한 세금을 면제한다는 여행자 휴대품 면세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데다 해외여행 빈도수가 높을수록 수혜 폭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조세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규모가 한정적인 데다 내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만큼 600달러로 정해진 현행 내국인 면세 구매 한도를 늘리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시장 확대 효과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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