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담합 건설사, 사회공헌기금 대신 공동기금 조성 ‘꼼수’ 논란
상태바
4대강 담합 건설사, 사회공헌기금 대신 공동기금 조성 ‘꼼수’ 논란
  • 이동욱 기자
  • 승인 2018.08.16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사면 땐 2천억원 사회공헌기금 출연 약속
강제성 없어 매년 30억원 공동기금만 조성

[매일일보 이동욱 기자]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에 가담한 건설사들이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약속한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출연하지 않고, 대신 연간 30억원 규모의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사회공헌기금 징수에 대한 강제성이 없고, 약속한 2000억원을 모으기 어렵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이러한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설업계가 또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7월 입찰 담함 건설사 관계자들을 모아 사회공헌재단 출연금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은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기부 대신 매년 30억원 규모의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것에 의견 일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건협 고위 관계자는 “여러 건설사의 사정으로 사회공헌기금 대신 공동기금을 조성하게 됐다”며 “사회공헌기금(2000억원)에 1.5% 이자율을 둬 발생하는 30억원으로 재단을 운영키로 합의를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요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찬성한 상태며 8월 중으로 자세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건설사는 공공공사 입찰제한 등 행정제재를 받았지만 2015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제재가 풀렸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028260]·현대건설[000720]·대림산업[000210]·대우건설[047040]·GS건설[006360] 등 대형건설사들은 사면 대가로 사회공헌기금 2000억원 출연을 약속했고,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이 설립됐다.

하지만 재단 설립 3년이 다가오는 시점까지 담합 관련 건설사에서 모금한 기부액은 ‘새발의 피’ 수준에 그쳤다. 지난 2015년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이 출범하면서 건설사들이 기부한 모금액은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10억원 △포스코건설·GS건설·대림산업 3억원 △롯데건설·SK건설·현대산업개발 2억원 △한화건설·두산건설 1억원 △삼보종합건설 1000만원 등 총 47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지난 5월 현대건설이 재난안전 관련 사회공헌 활동으로 3억8000여만원을 기부한 것이 유일한 추가 출연이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 종합감사 때 증인으로 출석했던 최치훈 전 삼성물산 대표, 정수현 전 현대건설 대표, 강영국 전 대림산업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조기행 SK건설 대표 등이 약속 이행을 공언했으나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담합 관련 건설사들은 건설경기가 좋지 못하다며 기금 조성이 부진한 이유를 설명했으나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대형건설사들은 연간 수천억원에서 1조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형건설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4010억원 △현대건설 4394억원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4732억원 △GS건설 6090억원 △대우건설 3437억원 등으로 전망치를 뛰어 넘는 호성적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건설사가 이처럼 기부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 구체적인 분담금이나 분담비율 등 가이드라인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당초 사면 대가로 약속한 2000억원 출연을 지키지 않고, 말을 바꿔 연간 3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두고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동기금 조성 금액이 기부액보다 터무니 없이 모자란 데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건설사들이 스스로 자정결의를 다짐하며 한 대국민 약속에 어긋나는 처세이기 때문이다.

장성대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부동산학 교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스스로 내팽개치고 건설업계가 또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려 한다”며 “약속한 사회공헌기금을 축소해 공동기금을 낸다는 것은 명분용 변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