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교회, 국민 목소리 듣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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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교회, 국민 목소리 듣고 있나요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7.09.07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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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말 바꾸기에 구상권 대응 논란까지…샘물교회 ‘자숙하는 것 맞아?’

누리꾼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 맹비난
샘물교회 “예배는 교인위한 것, 국민 대상 아니다” 해명

탈레반과의 극적인 협상으로 2명의 피살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질들이 모두 사지에서 구출되면서 아프간 피랍사태가 종결되는 듯 보이더니 이번엔 샘물교회에 대한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다. 2명의 인명피해, 외교력 낭비 등을 비롯해 신도들을 위험지역인 아프간으로 보낸 것에 대한 책임을 묻자는 것.

거기에 피랍자 어머니의 간증 동영상, 박은조 목사의 말 바꾸기, 정부 구상권에 대한 대응자료 준비설 등이 더해져 기독교계와 샘물교회에 대한 따가운 질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
지난 달 28일 아프간 피랍자들의 전원 석방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피랍자 가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지에서 돌아온 이들을 따뜻하게 반겨 주기는 커녕 오히려 고국으로 돌아온 피랍자들에게 계란던지기를 시도한 27세의 한 남성이 열사로 추대되는 등 웃지 못 할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 같은 반기독교적 정서가 빠르게 확산된 데에는 정부가 샘물교회 측에 ‘탈레반이 한국인 납치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으니 여행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선교를 감행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 총탄이 난무하는 지역에 보내면서도 위험사태를 대비한 안전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고, 심지어 위험지역인 아프간으로 떠나는 것조차 모르고 있던 가족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샘물교회 측의 책임이 크다는 것. 


게다가 일부 언론은 보도를 통해 “피랍자들의 귀국을 전후로 한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의 태도가 180도 다르다”고 보도하는 등 박 목사의 ‘발언 양면설’까지 도마 위에 올라 샘물교회 측은 난항을 겪고 있다.


피랍자들이 석방되기 전 박 목사는 두 차례의 대국민 사과성명을 통해 “아프간에서 원하지 않는 현지봉사는 중단 하겠다” “피랍자들은 순수하게 의료봉사 활동차 아프간에 간 것”이라고 발표하며 기자들에게도 기사에 ‘선교’가 아닌 ‘봉사’라는 단어로 써줄 것을 요구했다.


보도에 의하면 피랍자들이 돌아온 후인 지난 2일 박 목사는 설교를 통해 “봉사와 선교가 다른 말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봉사하면 그것이 곧 선교”라고 말을 바꿨으며, “정부의 구상권 청구와 관련해 교회정책팀에서도 대응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샘물교회 “정부에 대응 말도 안돼”


이 같은 언론보도에 대해 샘물교회 측은 당황스럽다는 기색이다. 기자가 지난 5일 만난 샘물교회 A목사는 인터뷰에서 “박 목사의 설교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라며 “B를 설명하기 위해선 앞뒤의 A와 C가 필요한데 기자들이 기사에 B만 인용해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배는 교인들을 위해 드리는 것이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드리는 것이 아니다. 예배내용에는 교인이 아닌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A목사는 구상권 대응자료 수집설에 대해서도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는 “교회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려는 자세에 변함이 없다”며 “그 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많은 오해가 쌓였다. 신앙생활을 오래하지 않은 교인들은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봉사인지 설교인지’ ‘위험지역인 아프간에 보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주기 위한 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 것이 잘못 보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교인들을 위한 자료작성은 멈춰진 상태. A목사는 “‘구상권 대응자료’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자료작성의 모든 작업을 멈췄다”며 “현 상태에서 이 자료까지 퍼지게 된다면 ‘샘물교회 자숙안하고 또 변명하네’ 등의 말이 나올 수 있어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교인들에게 설명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은조 목사의 한 측근에 의하면 “박 목사는 심적으로는 많이 힘든 상태지만 기도를 하면서 버텨내고 있다”며 “어떠한 비난도 달게 받겠다는 자세로 모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독교계 “선교활동은 계속돼야한다”

▲ 먼저 풀려난 김경자(왼쪽), 김지나(오른쪽)씨가 지난 4일 안양샘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40여 일 간의 피랍과정에서 기독교 단체의 자성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들끓었다. 유서를 작성하는 등 목숨을 담보로 한 기독교의 선교활동에 분노하며 ‘굳이 가지 말라는 곳까지 가서 선교를 해야 했는가’ 등 비난일색이었다.


이에 세계선교협의회는 “개신교 내부에서도 기존의 선교방식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시 이런 위험이 발생할 경우 우리가 주체가 돼서 책임질 테니 봉사활동을 계속 하겠다”면서 한국 선교사 위기관리지침서 수정편을 내놨다.  


협회 측은 “일반인들도 병원이나 전쟁지역에 가서 봉사하지 않느냐”면서 “세계화 시대를 맞아 어느 지역 봉사를 무조건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또한 최근 미국의 한 기독교잡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으로 무슬림 국가들에 대한 선교의 길이 막히지 않기를 바란다. 아프가니스탄은 금지령이 해지된 후에 다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샘물교회 A목사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피랍과 피살이 인간적인 실수라고 생각하는가,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연히 하나님의 뜻이다. 목사가 장례식장에 가서 ‘이 분은 죽을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 본 적이 있느냐”며 “이 같은 판단의 기준은 목사기 때문이 아닌 신앙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피랍자 중 가장 먼저 풀려난 김경자, 김자나씨는 국내 언론과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받자 말문이 막힌 듯 한참동안 답변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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