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깃발' 흔들다가는 뒤처진다" 文대통령,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의지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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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깃발' 흔들다가는 뒤처진다" 文대통령,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의지 천명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8.0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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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법'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증기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이 법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습니다."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하는 제도) 규제를 과거 영국의 '붉은 깃발법'에 비유했다.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해버릴 수도 있다. 우리가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작년 말 중국을 방문했을 때 거리의 작은 가게까지 확산한 모바일결제, 핀테크 산업을 보고 아주 놀랐다"며 "실제로 EU(유럽연합)나 일본, 중국 등은 핀테크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혁신기업이 이끄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는 문재인 정부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최종구금융위원장은 물론이고 여당 핵심 인사들까지 총출동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혁신성장의 문을 열기 위한 열쇠라는 게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핀테크 산업의 개척자인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혁신은 금융생활과 금융산업의 지형까지 바꾸는 강력한 혁신성장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경제상황이 악화되며 혁신성장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 그래선지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가 확연히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규제혁신이 핀테크를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호응, 당정 역시 하반기 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신용정보법 등 관련 금융규제 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금융산업의 진입규제를 완화하여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빅데이터 활성화 등 금융혁신 과제를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경직된 사고와 그림자 규제 등으로 개혁의 장애물이 됐던 금융당국의 행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일하는 방식도 바꿔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기업의 사금고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부작용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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