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민간인 수백만 명 사찰...노무현-윤광웅 통화까지 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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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민간인 수백만 명 사찰...노무현-윤광웅 통화까지 감청"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8.07.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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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지휘권자인 대통령까지 감시...군부대 면회만 해도 사찰 당해" 폭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이한열기념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부대 내 통신망으로 대통령과 장관 사이의 긴밀한 국정토의 통화는 물론 민간인 수백만 명을 감시하는 등 도·감청 자료를 불법적으로 수집해왔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3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 요원 제보 등에 따르면 기무사는 장관이 사용하는 군용 유선전화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윤광웅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는 것까지 감청했다"고 폭로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제보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문재인 민정수석에 관한 업무를 장관과 논의했다. 군인권센터는 통상의 첩보과정에 포함되는 사안이 아니었던 것은 물론 지휘권자인 대통령까지 감시하는 실태라면 기무사의 도·감청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앞서 군인권센터는 기무사가 군부대와 군사법원, 군병원 등 군사시설을 방문한 민간인 수백만 명을 부당하게 수집·사찰했다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이날 구체적인 정황 증거도 제시했다.

군부대 등 군사시설을 방문한 민간인이 위병소에 제시한 개인정보를 기무사에서 취합한 뒤, 경찰망 회선을 활용해 이들의 주소나 출국정보, 범죄경력 등을 무단으로 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측 설명에 따르면 개인정보 열람에는 경찰이 수사협조 명목으로 제공한 회선이 사용됐다. 군인권센터는 이 회선에 대해 경찰이 즉시 회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토대로 특히 진보 인사, 운동권 단체 활동 대학생, 기자, 정치인 등의 인사들이 대공 수사 용의선상에 올랐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는 또한 “제보에 따르면 중점관리의 경우에도 횡령, 비리 등의 불법사항이 아니라 대부분 불륜 등 사생활 영역을 감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간인 사찰은 군 관련 첩보기관인 기무사의 역할을 넘어서는 일이다. 임 소장은 “보안사령부의 후신인 기무사가 여전히 민간인을 감시하면서 군부독재의 잔재를 움켜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기무사 요원의 ‘이념 편향’도 문제 삼았다. 센터가 공개한 제보에 따르면 2012년 당시 기무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노무현 자서전’을 갖고 있자 교관이 ‘이러한 불온 서적을 읽어도 괜찮은가’라고 추궁한 해프닝이 있었다.

기무사가 그간 '눈 가리고 아웅'식 자체 개혁만 해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기무사는 3처(보안), 5처(대공·대테러), 7처(총무 등 기획관리), 융합정보실 등의 체제인데 과거 불법적 동향관찰을 맡았던 1처를 폐지하는 척하면서 그 업무를 융합정보실로 그대로 옮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센터는 기무사의 전횡을 막으려면 조직 전반을 슬림화해, 기무사 본연의 임무인 대테러·방첩 등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5000여 명에 달하는 기무사 요원은 전원을 원대 복귀시키고, 기무사가 갖고 있던 정책 기능도 모두 민간 영역으로 이관해야 한다”며 “민간위원이 3명 밖에 들어가 있지 않는 현 개혁TF도 인원을 재구성하고 군인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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