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도체 위기론’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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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반도체 위기론’의 실체
  • 연성주 기자
  • 승인 2018.07.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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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연성주 기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위기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실체가 있는 지, 뜬소문에 불과한 지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다. 최근 5년동안 이어져온 반도체 호황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경고는 수차례 나왔지만 이제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위기론‘의 기저에는 가격 하락이 자리잡고 있다. 올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0% 가량 떨어지면서 “대세상승은 이제 끝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6달러까지 올랐던 8기가비트(Gb) DDR4 가격은 이달들어 8달러 선마저 무너진 상태다.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44.9%로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져 온 45% 선을 내준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까지는 그럭저럭 버틸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치명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반도체는 우리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체 상장사의 절반에 육박한다. 우리경제가 반도체에 거의 목을 메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위기론‘의 배경에는 중국업체들이 있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15%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업체들이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대한 무차별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기업들이 국내 대학 반도체 전공교수를 대상으로 거액의 연구과제 제안, 학생 교류 등 집요한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내부적으로 축적된 기술이 송두리째 넘어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연말부터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반도체를 쏟아내게 된다. 중국이 저가물량 공세에 나선다면 국제시세가 얼마나 떨어질지 속단하기 어렵다. 과연 우리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올린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경계심을 늦추면 안된다”며 선제위기론을 꺼내들었다. 아주 시기적절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0일 SK하이닉스 이천공장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곘다는 뜻을 밝혔다.

백 장관은 "민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1위를 지키자"고 당부했다.

반도체 산업에 위기론이 팽배하고 있지만 지레 겁먹을 일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대비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본다.  물론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두손 놓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기업의 역할이 있으면 정부의 역할도 있는 법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반도체업계는 정부에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력양성에 더 나서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인 반도체 산업육성을 위해 기업들이 수긍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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