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 소환 앞두고 노회찬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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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 소환 앞두고 노회찬 투신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8.07.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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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는 “금전은 받았지만, 어떤 청탁도 없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서울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한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노회찬 의원 지역사무실 내 노 의원의 상패와 캐리커처 등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드루킹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특검의 소환을 앞두고 23일 투신해 사망했다. 진보정치의 아이콘이었던 노 원내대표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정의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물론이고 특검까지 충격에 빠졌다.

경찰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38분께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에서 투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족에게 보내는 2통의 유서를 포함해 총 3통의 유서와 소지품을 발견했다. 노 원내대표는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면서도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며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깊은 후회가 담긴 내용이었다.

유서에는 같은 당 동료들과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도 담겼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로 짐작된다. 그는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라며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들에게는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고 했다. 유서의 마지막 부분이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드루킹 측근이자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도모 변호사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았다. 투신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고, 특검의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앞서 드루킹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검팀은 이달 초 노 원내대표 측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정조준하며 도 변호사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어 특검은 노 원내대표 측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해 자금 수수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었으며, 노 원내대표의 소환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노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에 특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허 특검은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그으셨고, 의정활동에 큰 페이지를 장식하신 분"이라며 "개인적으로 정치인으로 존경해온 분이었다. 늘 웃음을 띠시면서 유머도 많으셨는데 이런 비보를 들으니 그립고 안타까운 생각"이라고 했다. 검정 넥타이를 맨 허 특검은 기자회견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으며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노 원내대표의 사망소식을 접한 정치권도 여야 없이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청와대는 이날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청원 답변 일정을 취소하고 애도를 표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노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부터 현재의 정의당까지 진보정당사의 산 증인이자 주역이었다. 특히 '촌철살인의 달변가'로 진보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최근 들어 정의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상황에서 그의 불운한 죽음은 진보정치에 강한 여진을 남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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