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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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인가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8.07.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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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가맹점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 200개 대형 가맹본부 및 이들과 거래하는 1만2000개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실시해 가맹시장의 법위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보겠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후속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적극적인 프랜차이즈 본부 제재와 함께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고 이들의 법적 지위도 강화한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이에 그동안 공정위 정책에 발맞춰오던 프랜차이즈 본사 측도 이번엔 강력 반발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곧바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회 측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가맹본사를 압박하는 것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과 책임을 가맹본사에 떠넘기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항의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자정실천안을 계기로 많은 가맹본사들이 상생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올해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라 가맹비 인하 등 상생 노력을 꾸준히 경주하고 있다”면서 “또 다시 정부가 가맹본사를 압박하는 것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과 책임을 가맹본사에 떠넘기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본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지난해 김상조호 출범 이후 소위 ‘갑질 청산’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줄곧 숨죽여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주요 치킨프랜차이즈들은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가 공정위 압박에 이례적으로 이를 철회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가격을 일시적으로 인하하기까지 했다.

이후 갑질이 또다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가맹본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급가를 인하하고 가맹점 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상생 정책 물꼬를 텄다. 당시 본사 관계자들은 모두 “계속되는 정부 압박에 죽겠다는 심정이지만 보여주기식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 인상 이후 ‘본사 제재’가 보완책으로 나온 데 대해서만큼은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표출된 것이다.

가맹본부뿐만 아니라 가맹점주 일각에서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대체 이런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늘상 해오던 조사가 어떤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당장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바쁜데 조사에 돌입해서 그 결과가 나오는 데만 해도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어느 한 개인 커피전문점 사장은 “취지는 좋지만 실상 당장 가장 크게 다가오는 부분은 인건비와 임대료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자영업자들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들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갑질 청산도 중요하지만 곳간이 어디에서 가장 많이 새고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 보는 등 폭넓은 대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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