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백혈병 분쟁 10년]지루한 조정에 ‘중재방식’ 묘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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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백혈병 분쟁 10년]지루한 조정에 ‘중재방식’ 묘수 통했다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8.07.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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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9월말 ‘반도체백혈병’ 분쟁 마무리
삼성, 보상안‧사과‧사회공헌 등 발표 예정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반올림 농성 1000일 기자회견’ 모습, <사진= 반올림>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그동안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오던 ‘반도체 백혈병’ 분쟁 갈등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조정하는 위원회가 지난 18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각각 발송했다. 제안서에는 그동안 양측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난 양측의 의견을 토대로 결론을 내는 중재방식으로 바뀌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여기에 조정위원회는 양측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중재방식에 반대하면 더 이상 조정위의 역할을 이어갈 수 없다는 배수의 진까지 치는 ‘초강수’를 뒀다. 조정위는 21일 자정까지 중재방식의 수용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중재 방식이라는 극적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이듬해 반올림이 발족되면서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은 더 이상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이슈로 불거졌다.

이후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근로자 피해에 대해 삼성측에 사과와 대책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삼성측은 반도체 공장의 근무 환경과 백혈병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반올림 측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사과·보상·예방’을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이 벌어졌다.

양측이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반올림 소속 피해자 중 6명이 2014년 8월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삼성전자에 신속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후 2014년 말 가대위 측 제안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참여, 8개월의 조정 끝네 조정 권고안이 도출되면서 합의점에 근접했다.

하지만 2015년 9월 삼성전자가 발표안 자체 보상안에 반올림이 즉각 반발하면서 삼성의 자체 보상안은 거부됐다.

조정위는 지루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초 양측이 합의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 후 중재 방식의 공개 제안서를 발송하면서 조정을 이끄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삼성측은 중재안 내용과 무관하게 무조건 수용 입장을 밝혔고 반올림 측도 조정위 제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지루한 분쟁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조정위는 오는 24일 삼성전자와 반올림과 제3자 대표간 합의 서명을 갖고 향후 두 달간 중재안 마련 과정을 거친다. 이에 따라 이르면 9월말 최종 중재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재안에는 △새로운 질병지원보상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 △삼성전자측의 사과 △반올림 농성 해제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실행 등의 내용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이번 결정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항소심 집행유예로 출소한 이후 삼성의 사회적 신뢰 회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최근 문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요구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대외 신뢰 구축작업에 들어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반올림 모두 10년 이상 지루한 분쟁에 따른 피로감이 극대화된 가운데, 삼성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합의 의사를 밝히면서 마침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며 “이르면 9월 또는 10월에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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