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띄운 여의도 통개발, 가시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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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띄운 여의도 통개발, 가시화될까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8.07.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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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달 10일 리콴유세계도시상 수상 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아파트 재건축이 진행 중인 여의도를 새로운 신도시에 버금가게 만들 수 있는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고민하겠다”고 여의도 청사진을 밝히자 이 일대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잇단 규제책을 줄줄이 내놓으며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와중에 박 시장의 발언이 이 일대 집값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실제 여의도 일부 단지는 최고가를 속속 경신하고 있고 호가도 5000만원 이상 뛰는 등 열기가 뜨겁다. 박 시장 발언 이후 개발 기대감에 부푼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조사 기준 영등포구 아파트 값은 서울시의 여의도 마스터플랜의 영향으로 전주 0.14%에서 0.24%로 오름폭이 커졌다.

이처럼 시장이 들썩이곤 있지만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플랜 제 때에 발표하고 진척시킬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당장 다음달로 잡았던 발표 시점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서울시가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여의도 개발 카드를 꺼내긴 했지만, 집값 상승에 민감한 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계획을 발표하기 전부터 집값이 크게 상승한다면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수정되거나 개발 시기가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해 초고층 건물을 세우는 것은,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현 시기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강남 등 35층 제한에 걸린 다른 지역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할 수 있다.

또 여의도가 통으로 개발되기 위해선 아파트 단지를 주거에서 상업지역으로 종 상향해야 하는데 이는 개발 이익이 뒤따라 기부채납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여의도 마스터플랜의 성패와 직결되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세훈 전 시장은 여의도 통합 재개발 방식을 추진했지만 최대 40% 기부채납 조건을 달아 난관에 부딪힌 바 있어서다.

이처럼 도처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데 박 시장이 개발 청사진부터 제시하고 나선데에 대해 일각에선 대권 도전을 위한 포석이 깔린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 시장이 대권도전을 위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한 이른바 ‘치적 쌓기’용 개발 계획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부동산 시장은 정책, 개발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여론에 오락가락 하는 행정의 모습 대신 일관성 있는 계획 및 추진으로 예측 가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여의도 개발이 박 시장의 ‘앞길’을 터 줄 업적쌓기용 사업이 아닌 서울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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