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강요한 어머니 살해사건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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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강요한 어머니 살해사건 전모
  • 이한일 기자
  • 승인 2007.08.19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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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인정 않는 친어머니 살해 후 암매장

사실혼 관계 며느리, 임신중절 2번 강제로 받게 해
범행 뒤 경기도 야산에 시신 암매장, 母 재산 노려?

[매일일보닷컴] 아내와의 이혼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친어머니를 살해한 20대 아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어머니는 평소 며느리에 대해 “키가 작고 못생긴데다 돈도 없다”며 줄곧 이혼을 요구해와 모자간에 또 고부간에 갈등을 빚어왔다.

그런데다 며느리는 어머니의 요구로 임신 중절만 2번씩이나 받았다. 2살짜리 딸을 둔 아들은 최근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어머니를 찾았으나 어머니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자 마침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이들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번 사건은 어머니와 가까운 이웃들의 증언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혼을 강요한 어머니 살해사건 속으로 들어가보자.

서울 양천경찰서는 부인과의 이혼을 요구하는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허 모(29)씨에 대해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허 씨는 지난 8일 혼자 사는 어머니 박 모(77)씨와의 말다툼 끝에 박 씨를 둔기로 때리고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경기도 모처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음은 경찰조사에서 허 씨가 밝힌 어머니 살해 이유다. “3년 전 김 모(29)씨와 결혼을 하고 세 살배기 딸까지 낳아 살고 있지만 어머니가 지속적으로 헤어질 것을 강요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8일 어머니 박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허 씨는 이날 밤 11시께,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는 어머니 박 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3년 전부터 아내와 같이 살며 딸까지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자신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자 다시 한 번 설득하기 위해 찾아갔던 것이다.

설득 설득…어머니 “키 작고 못생겼다” 반대

그러나 어머니는 반대했다. 아들이 경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어머니는 평소 며느리에 대해 “키가 작고 못생긴데다 돈도 없다”며 줄곧 이혼을 요구해와 갈등을 빚어온 상태였다.하지만 어머니가 반대한 이유는 또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 박 씨가 47살의 나이에 허 씨를 낳은 뒤 아버지 없이 금지옥엽으로 키워왔는데 막상 허 씨가 동거를 시작하자 소외감을 느낀 박 씨는 계속 아들에게 집착하며 헤어질 것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이유야 어쨌든 이런저런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어머니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들은 “어머니의 요구로 2번의 임신 중절을 거친 끝에 아내와의 사이에 3살짜리 딸을 뒀다”며 아내를 며느리로서 인정해줄 것을 끝까지 설득했다. 사실 허 씨는 지난 4월 집을 나와 따로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허 씨는 혼자 어머니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이후 3개월여 간 끈질기게 어머니를 설득해왔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말다툼 끝에 결국 둔기로 어머니 때려 살인

이날 허 씨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기 전, 두 사람 사이에는 큰 말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던 허 씨는 결국 홧김에 어머니를 둔기로 때려 기절시키고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말했다.

허 씨는 범행 다음날 시신을 텐트 가방에 넣어 자신의 승합차 뒷좌석에 싣고 경기도 포천시의 한 야산으로 가서 암매장한 뒤 범행에 사용한 둔기를 인근 하천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단순히 어머니의 반대만으로 아들이 이 같은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고 허 씨가 20억 원이 넘는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일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어머니는 주식과 부동산 등 20억대의 재산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20억대 어머니 재산 노렸나? 의혹도

허 씨의 범행은 평소 어머니의 ‘근검 성실한 행동’에 발목이 잡혔다. 어머니 박 씨는 부유한 재산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집 근처 텃밭에서 밭을 일궜는데 사건 이후 박 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허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벌였고, 결국 허 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동거녀와 헤어지지 않으면 재산을 한 푼도 물려줄 수 없다”라고 말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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