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내몰린 은행원들…실적 압박 실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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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 내몰린 은행원들…실적 압박 실태는?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7.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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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라밸’ 무색…최근 두달만에 직원 2명 자택서 자살
KPI 상품신규 비중 62.6%…목표달성률 최대 150~180%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은행권이 일과 삶의 양립을 위한 ‘워라밸(Work-Life Balance)’ 앞장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 달리 최근 은행원들이 실적압박에 못이겨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사상 최대 실적 기록들이 은행원들의 눈물로 이뤄진 성과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에서 영업부 직원 A씨가 실적압박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이 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5월 26일 모 지역영업그룹 소속 A직원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과도한 실적압박이 주된 이유였다”고 밝혔다. 

앞서 4월 말에는 IBK기업은행 부지점장 B씨가 과도한 실적 압박으로 괴로움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실적 스트레스가 심했다. 가족에게 미안하다. 사랑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실적 압박에 따른 잇단 은행원들의 자살에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저마다 ‘PC오프제’, ‘유연근무제’ 등을 실시하며 근무 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적압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달 금융노조가 발표한 ‘은행권 과당경쟁 근절을 통한 금융공공성 강화 및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에서 국내 14개 은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행생활을 힘들게 하는 주요인으로 △과도한 실적달성 경쟁(65%)이 크게 차지했다. 장시간 노동은 11%로 실적 달성 스트레스의 절반에도 미치지도 못했다. 

특히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한 개선 과제로 KPI(핵심평가지표) 제도 개선(37%)과 캠페인·프로모션 억제(24%)가 꼽혔다. KPI는 은행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유일한 핵심지표로 직원들의 인사고과 등 성과평가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통상 매년 초 KPI를 기초로 지점과 본부급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주요 은행별 KPI 세부 평가지표 구성 현황. 자료=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은행권 과당경쟁 근절을 통한 금융공공성 강화 및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문제는 KPI 구성 항목이 은행 단기 영업 실적 평가에 치중돼 있다 보니 은행원들이 할당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은행별 KPI 평가지표 구성 현황을 살펴보면 △재무(손익, 건전성) △상품신규 △관리지표(내부통제 등) △소비자보호(고객수익률 등) △사회공헌(정책금융 등) △기타로 구분돼 있다. 

이 가운데 은행들의 상품 신규 비중은 △KB국민 57% △신한·우리 각각 55% △IBK기업은행 37% △농협 30% △SC제일 34% △KEB하나은행 16%로 소비자보호 및 사회공헌 비중보다 월등히 높았다. 아울러 해당 은행들의 목표 달성률 역시 최대 150~180%까지 인정해 압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행권 곳곳에서는 과당경쟁에 따른 폐단이 비일비재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예금 실적증대를 위해 고액 예금 고객에게 과도한 우대금리 제공은 물론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높은 우대금리에 수수료는 없다보니 사실상 마진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부족한 마진은 일반 서민고객으로부터 고금리를 적용해 메꾼다. 

또한 거래처, 지인(친인척, 친구, 동문 등) 대상 과도한 상품 가입 권유는 물론 고객에게 저금리 상황 지속으로 인한 고위험 상품 가입 권유, 불필요한 상품 가입 권유 및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경영진의 보여주기식 외형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기술금융은 기술력이 있어도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해 기술과 아이디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책금융상품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거래 중인 기업체의 기존 대출을 기술금융으로 전환할 뿐, 기술금융 활성화를 통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 본래 목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금융노조 측의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행 KPI평가 방식을 전면 폐지하고 평가지표 단순화 및 세부 평가항목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말뿐인 워라밸 및 소통경영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은행은 11조200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보다 8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8조4000억원)은 전년 대비 2조원 늘었으며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은 흑자 전환하며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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