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 52시간 시대 부장 노릇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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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 52시간 시대 부장 노릇하기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7.18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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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되자 부장 노릇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주 52시간 근무에 돌입한 회사들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부서원들 눈치가 보인다. 헛다리짚는 업무 지시로 부서원들의 시간을 축낼까 두려워진다. 마침 공자의 말씀 중 좋은 가르침이 눈에 띈다.

공자의 제자 중에는 세속적 출세와 명예에 유독 관심이 많은 제자가 있었다. 자장이다. 자장은 아랫사람에게 존경을 받으면서도 높은 자리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는, 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을 공자에게 물었다. 그 문답이 논어 요왈편 2장에 담겼다.

당시 공자는 리더의 5가지 미덕과 4가지 악덕을 자장에게 전했다. 이 가운데 유독 4가지 악덕이 가슴에 와 닿는다. 좋은 부장은 못되더라도 나쁜 부장은 되지 말자는 생각 때문이다.

공자는 첫 번째 악덕으로 백성을 교화시키지 않고 엄한 벌로 다스리는 ‘잔악함’을 꼽았다. 실수를 저지른 부서원을 엄하게 문책하면 부장의 영이 서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서원이 실수를 저지르면 누구나 절호의 기회로 삼고 싶은 유혹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 의지해야만 영을 세울 수 있는 부장이라면 그 역량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게다가 부장의 영을 세우기 위해 부서원의 실책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회사도 그런 식으로 업무를 지체하는 부장을 기다리지 않는다.

공자는 두 번째 악덕으로 ‘횡포’를 이야기했다. 일을 처리할 때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길을 제시하지 않고 잘못된 결과의 책임을 부서원에게 묻는 행위다. 상부에서 내려 받은 지시를 단순전달한 뒤 문책만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부서원에게 필요한 것은 일을 실수 없이 제때 처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노하우를 부장에게 듣는 것이다. 실제 부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조언을 들은 부서원과 그렇지 못한 부서원 간 업무 성과 차이는 상당하다. 업무 실행의 효율성과 시간소요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부장이 어찌하느냐에 따라 부서원이 근무시간 내 일을 마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공자가 말한 세 번째 악덕은 ‘도적질’이다. 미리미리 앞일을 내다보고 계획을 짜서 부서원들에게 충분한 여유를 두고 지시를 내리는 대신 일이 닥쳐서야 지시를 내린 뒤 결과를 기다리는 부장들에 대한 경고다. 부서원의 능력이 뛰어나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일이 실패하면 부서원의 책임으로 돌리는 부장을 공자는 ‘도적’이라고 했다. 능력이 탁월한 부서원들이 많다면 그나마 도적이라는 뒷담화를 듣는데 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부서원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통은 부서원은 부서원대로 부장의 책임전가에 불만을 품게 되고, 부장은 부장대로 회사에서 무능력자로 낙인찍히는 게 다반사다.

공자가 말한 마지막 악덕은 ‘창고지기 수준밖에 안 되는 리더십’이다. 부서원이 당연히 받아야할 보상을 주면서 마치 자신이 사적으로 은혜를 베푸는 양 생색을 내는 졸부는 부장이 아니라 말단 창고지기나 맡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우리 사회 많은 직장에서 부서원들이 자신들의 부장을 이런 창고지기 쯤으로 평가하는 일이 많다.

공자가 말한 4가지 악덕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부장들에 대한 경고다. 내 자신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닌지 두려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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