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프랑스어 표현이 있다. 해질녘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란 뜻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을 두고 ‘개와 늑대의 시간’을 겪고 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난민들이 내국인들을 상대로 강간·살인 등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고, 그들이 믿는 무슬림이라는 종교는 남녀평등에도 어긋나며, 취업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한다. 이 모두 난민들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생존’적인 고민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일단 예멘인 등 난민들을 수용하면 범죄가 크게 늘어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보다 내국인 범죄율(10만 명당 검거인원)이 두 배 이상 높다. 또 일부 무슬림 국가의 범죄 비율은 외국인 평균보다 높지만 또 다른 무슬림 국가인 방글라데시아 인도네시아는 일부 불교국가보다 낮다. 무슬림과 범죄율을 직접적으로 연관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독일의 경우 2016년 440% 늘었지만 난민 범죄 증가율은 79%였다. 제주도의 외국인 범죄율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여기에 관광객에 의한 범죄가 포함돼 있어 난민에 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받을 수 있는 최대 43만2900원도 예산이 없어 3% 정도만 받고 있다.
난민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인식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는 꼼꼼한 사실 확인을 통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줘 지금 겪고 있는 불안감과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국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되,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던 취지를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유엔난민기구의 전신인 운크라가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진 기구였고 제주4.3사건 당시 1만명 넘는 제주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갔을 만큼 우리나라도 난민과 동떨어진 국가는 아니다. 난민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국익에 따라 신속히 판단하고 이 불안한 상태를 종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