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밥그릇 싸움에 팽겨쳐진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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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밥그릇 싸움에 팽겨쳐진 개헌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8.07.17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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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2018년 7월 17일은 헌법이 만들어 진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은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이기에 국회는 반드시 응답해야만 한다"며 여야 국회의원들의 개헌안 추진을 독려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이 원하는 국회발 '개헌' 바람은 이미 오래전에 멈춘 상태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건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바람을 타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은 개헌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대통령 임기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개헌안이 의석수 부족으로 본회의가 무산되고 6.13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역대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게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오는 2020년 총선에서 야권전멸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그러자 야권은 생존을 위해 똘똘 뭉쳐 선거제도 개편과 연동한 권력분산형 개헌을 강하게 요구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참패를 기록하면서 소선거제하 의 다음 총선에서는 얼마나 의석수를 건질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압승을 토대로 다음 21대 총선에서 여대야소의 부푼 꿈을 꾸는 민주당에게 소선거구제 유지는 버리기 힘든 카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동형 비례제'를 공약했고, 당 역시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했던 지난 과거가 무색하다.

지방선거 후 한국당은 다른 야당들에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개헌연대를 제안하였다. 그러자 민주당은 야당들에 개헌 논의를 일단 접고 개혁입법연대를 먼저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개헌연대 구성에 대해서는 '개헌 추진의 진정성이 없다'는 다소 이해가 안되는 말을 하면서 개헌 논의를 미루고 있다.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줄 만한 조건에 대해서도 역시 언급이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2020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헌을 당리당략을 위한 정치게임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국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이하 국민개헌넷)과 정의당은 지난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참여 헌법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제헌절을 하루 앞두고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개헌 합의안을 만드는데 나서야 하며, 3.1독립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내년(2019) 상반기 내에 개헌 국민 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개헌 논의를 다시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개헌넷이 밝힌 것처럼 이제 국회는 국민이 참여하여 주권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헌정 질서를 설계하는데 있어 지난 1년 반 동안의 개헌특위·헌정특위 논의를 바탕으로 개헌을 위한 여야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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