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출자 내년부터 은행에 원금감면·대출연장 요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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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출자 내년부터 은행에 원금감면·대출연장 요구 가능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7.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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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출자에도 적용해 내년 초부터 발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실업이나 질병 등 위기 상황에 처한 대출자들이 은행에 채무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은행에서 채무상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대출 원금이 감면될 수도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은행권 취약차주 부담 완화 방안이 내년 초 시행된다. 이는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취약계층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위협받는 영세 자영업자 등을 겨냥한 금융당국의 정책 대응 중 하나다.

금감원은 우선 실업·질병 등으로 대출 상환이 곤란한 대출자에게 채무조정요청권을 부여키로 했다. 채무조정이란 프리워크아웃 단계에서 대출기한 연장과 이자 감면을, 워크아웃 기간에는 원금 일부 감면을 해주는 것이다.

금융사가 이 요청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진 않았지만 금융소비자가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명문화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시각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2016년에 이런 내용을 담은 ‘소비자신용 보호법’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과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올해 안에 대출 약관에 관련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약관 발효 시점은 내년 초다. 기존에 받은 대출도 채무조정요청권 부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어 상당수 취약계층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실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갑작스레 연체의 늪에 빠지는 것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금감원은 은행 자체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가동할 때 신용대출 원금 감면 대상을 기존 특수채권에서 일반채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특수채권은 은행들이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는 ‘추정손실’ 채권으로 이미 상각해버린 채권을 의미한다. 원금 감면 대상을 특수채권에서 일반채권까지로 확대할 경우 지금은 정상이지만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일반적인 대출채권도 원금 감면 대상이어서 취약계층의 연체를 사전 차단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일시적 유동성 위험에 처한 대출자를 돕는 차원에서 기한이익 상실시점도 연장하기로 했다. 기한이익 상실은 금융사가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질 때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상황을 말한다.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연체하거나 담보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우에 주로 발행한다.

금감원은 은행의 기한이익 상실 시점을 신용대출은 기존 1개월에서, 주택담보대출은 2개월에서 각각 3개월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5만원 이하 소액연체에 대한 기한이익 상실시점은 3~6개월로 늘릴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금융사와 독립적인 입장에서 취약차주 대상 사적 채무조정을 중재할 수 있는 제3의 중재·상담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기관은 금융사와 대리 협상을 통해 사적 채무조정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는다.

금감원은 장기소액연체자나 다중채무자 등 소득·저신용자의 소득수준과 신용등급, 업종별 미시 데이터를 분석해 취약계층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과 TF 논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변경될 수 있지만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큰 틀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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