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보험금 노리고 50대 부모 살인사건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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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보험금 노리고 50대 부모 살인사건 전모
  • 이한일 기자
  • 승인 2007.08.16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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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情은 죽음 직전까지도…아버지,딸 불러 아들 범행 감추려

50대 부모살해범 20대 ‘인면수심’
현장검증서 ‘잔인무도’ 재연…주민들 “낳아주고 길러줬는데…”

[매일일보닷컴] 지난 14일 수원 시내 한 주택가 골목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소란스러웠다. 보험금을 노리고 50대 친부모를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이모(23)씨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실시됐기 때문이었다.

용의자 이씨는 이날 범행 당시 썼던 것과 비슷한 복면을 쓰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부모님을 살해했다”며 사건 당시 상황을 너무나도 담담히 재연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집안 곳곳으로 들어가보니 핏자국이 낭자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를 살해한 이씨는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머니까지도 무참히 살해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씨를 잔인무도한 살인의 유혹에 빠져들게 한 것인지 그 비극의 현장을 뒤쫓아가봤다.

이씨가 부모를 살해한 이유는 결론부터 말하면 ‘보험금’ 때문이었다. 이씨는 지난 달 21일 가족 4명의 명의로 최고 6천만원이 지급되는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보험료까지 직접 냈다. 그리고 지난 11일 새벽, 영화 ‘공공의 적’의 한 장면처럼 방 안에 몰래 들어가 부모를 살해하는 무차별적 살인행각을 벌였다.

엽기적인 존속살해 사건의 주인공인 이씨는 ‘막내아들’이었다. 경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씨는 어머니와 누나 2명의 명의로 사망시 1인당 각각 최고 6천만원이 지급되는 생명보험에 ‘몰래’ 가입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이씨가 가족들 명의로 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범행을 했다고 자백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이씨는 왜 보험금이 필요했을까. 이씨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이렇다. ‘무직’인 이씨는 최근 주식투자로 3천만원을 손해 봤다. 그런데 아버지는 1억원 가량의 빚이 있는 등 가정 형편이 힘들어 목돈을 쉽게 마련할 수 없었다.

주식투자로 돈 잃자 부모 살해

결국 이씨는 11일 오전 3시40분쯤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자신의 집에서 군용 복면을 쓰고 괴한으로 위장, 당시 불이 켜진 거실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57)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비명 소리에 놀란 어머니(51)가 안방에서 나오자 마찬가지로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아버지는 이때 이씨의 이름을 부르며 “하지 말라”고 제지했지만 곧이어 작은 방에서 나오는 큰 누나(27)와 작은 누나(26)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수차례 흉기에 찔린 아버지는 전기충격기와 야구방망이를 들고 일어섰다가 이내 주저앉아 전화기를 들었지만 재차 아들의 흉기에 당했다.

10여 차례나 흉기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어머니 김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아버지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누나는 중상을 입었다. 겁에 질린 누나들은 방문을 걸어잠근 뒤 112경찰에 신고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이씨는 몇 차례 방문을 걷어찬 후 2층 베란다를 통해 도주했다.

여기서 누나들의 진술을 통해 알려진 안타까운 사실은 막내아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아버지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숨지기 전까지도 작은 방에 있던 누나들을 불러내 아들의 범행을 감추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는 대목이다.

아들을 알아본 어머니 “제발 살려달라” 했지만…
아버지 “범인이 동생이라는 사실 알리지 말라”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작은 누나의 진술 결과 아들이 도주한 뒤 작은 방에 있는 누나들을 불러 범인이 동생이라는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면수심’ 이씨는 도주 뒤 아무 일도 없듯 친구들과 함께 지내다 12일 오전 5시쯤 아버지가 이송된 수원시내 모 병원을 찾아 “친척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고 경찰이 증거물을 들이대자 범행 일체를 털어놨다. 수원 중부경찰서는 존속 살인 등의 혐의로 이씨를 그 자리에서 구속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 아들의 행적 및 목격자 진술로 보아 아들에게 용의점이 상당함’이라는 보도자료를 돌리며 발 빠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속 이틀 뒤인 14일 오전 9시40분. 약 40여 분에 걸쳐 이뤄진 현장검증에서 범인 이씨는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으로 범행 당시를 재연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현장검증은 사건이 발생한 빌라, 유류품을 버린 골목, 도피했던 친구집 순으로 진행됐다. 빌라 내부는 곳곳에 핏자국이 뒤범벅된 채 이불,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분한 모습으로 범행 당시 재연

이씨는 경찰관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고, 어머니를 해치는 장면에선 ‘수차례 찔렀다’고 진술했다. 이날 현장검증에선 이씨에게 큰 누나 남자친구가 달려들다 경찰에 제지당하는 등 고성이 오가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연출됐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낳아주고 길러줬는데…’라며 씁쓸한 말을 되풀이했다.

이와 관련 수원 중부경찰서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인 패륜사건”이라며 “이씨가 강도로 위장하려고 했지만 부모가 복면을 쓴 아들을 알아본 뒤 딸들을 살리기 위해 아들 이름을 불러 유인한 덕에 다행히 누나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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