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재건축안 논란, 주민 “재산권 침해”vs시민단체 “부촌에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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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재건축안 논란, 주민 “재산권 침해”vs시민단체 “부촌에 특혜”
  • 허영주 기자
  • 승인 2011.07.1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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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에 곤혹스런 서울시
[매일일보]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압구정 재건축 계획안이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부딪히자 서울시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기부채납 비율이 너무 높아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시민단체들은 '부촌에 특혜를 몰아줬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서울시가 14일 '압구정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계획안은 아파트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사유화된 한강을 시민에게 되돌려주겠다는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의 일환으로 나왔다.

'공공성 회복'이라는 취지에 맞춰 대상지 144만㎡ 중 25.5%를 기부채납 받아 녹지 등 공공시설을 조성하고 대신 용적률을 198%에서 336%까지 높여 최고 50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1만1824가구를 짓도록 해주겠다는 것이 계획안의 골자다.

용적률 상향에 따라 늘어난 1489가구는 일반분양해 조합원의 수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1대1 개발 방식을 적용해 임대·소형주택 의무건립 비율도 면제해줬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서울시가 내건 '당근'인 셈이다.

한강과 거주지를 갈라놓던 올림픽대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로 서울광장 17배에 달하는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주민이 원한다면 서울숲과 지역을 잇는 보도교도 지어주겠다는 '덤'도 줬다.

하지만 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부채납으로 지분이 줄어들어 재산상 손해가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업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주민들도 있다.

앞서 15일 소망교회에서 열린 압구정 재건축 설명회에서 만난 김모(65·여)씨는 "용적률을 높여준다고 하지만 지분이 줄어드니까 손해 본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주민들 사이에 단체행동을 해서라도 기부채납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한앙아파트에서 왔다는 정모씨(67)씨는 "수억원의 추가금을 내고 수년을 기다려 같은 평형을 받는 건데 시세가 오를 것 같지도 않고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며 "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대부분이라 조합 설립도 힘들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도 "생각보다 문의전화가 걸려오지 않고 있다"며 "문의가 들어와도 기부채납 비율이 너무 높은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질문들이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표면화되자 서울시는 18일 오전 이례적으로 압구정 재건축과 관련한 비공식 브리핑을 갖고 비판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쉽게 말해 기부채납의 반대급부로 용적률을 높여주는데 손해 볼 게 뭐 있느냐는 하소연이다.

상황이 이런데 시민단체들은 부촌인 강남에 혜택을 몰아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는 이날 논평을 내어 "서울시는 압구정 전략정비구역에 대한 특혜 지원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고 소형·임대주택 건립을 면제해주는 등 해당 지역을 더욱 사유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경실련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9년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에서도 강조했던 임대주택 건립 의무 부여 등 개발이익 환수 방안이 이번 계획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대다수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 특정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진경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도 "정서상 부촌인 압구정에서 진행되는 민간사업에 과도한 공공재원을 지원하는 것은 특혜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며 "한정된 자원이 강북 등 여건이 더욱 열악한 지역보다 압구정에 우선 지원되는 게 적정한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로서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로부터 다른 방향에서 협공을 당하는 셈이지만 현재 계획안이 성냥갑 아파트로 대변되는 획일화된 한강변 공간구조개편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한강변 아파트들에 대한 재건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번에 손을 보지 앞으로 50~100년간 한강은 고밀도 아파트에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유재산을 존중하면서 한강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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