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래엔 와이즈베리, 실리콘밸리 성문화 폭로 ‘브로토피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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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미래엔 와이즈베리, 실리콘밸리 성문화 폭로 ‘브로토피아’ 출간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8.07.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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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신기술로 무장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곳, 혁신 기업의 산실, 번뜩이는 인재들의 요람, 꿈의 무대 실리콘밸리가 성차별∙성추문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버의 전(前) 엔지니어 수전 파울러의 폭로로 불붙은 성추문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이어졌다.

블룸버그 TV 진행자이자 기자인 에밀리 창이 그 동안 속으로 곪아왔던 실리콘밸리 내 남성 중심의 일그러진 성(性)문화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책 ‘브로토피아’를 출간했다. 책 제목인 ‘브로토피아’는 ‘남성, 형제 등을 뜻하는 브로 문화(Bro culture)’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남성 우월주의로 점철된 실리콘밸리를 규정한 단어다.

미래엔 와이즈베리, 브로토피아 표지

저자 에밀리 창은 블룸버그 TV에서 기술 관련 쇼를 진행하며 실리콘밸리 내부자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그들의 입을 빌려 그 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왔던 성폭력과 성차별, 섹스파티에 대한 통렬한 폭로와 함께 ‘실리콘 천장’의 높은 장벽과 그 구조적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책을 통해 드러난 실리콘밸리의 민낯은 다소 충격적이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성차별과 성추행이 만연하고, 온탕에 몸을 담근 채 투자회의를 하며 섹스 파티에서 인맥을 쌓는다.

실제 여론조사기관인 엘리펀드가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절대 소수를 점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그야말로 적대적이고, 유독(有毒)한 세상이다.

실리콘밸리의 뿌리 깊은 ‘브로 문화’ 속에서 여성들은 침묵을 강요 받았다. 신고는 무용지물이었고, 역으로 실직이나 경력 단절을 경험해야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여성의 승진, 임금 인상의 기회도 제한 받았다. 실제 실리콘밸리 기업 내 임원 지위를 가진 여성의 비율은 약 11%에 불과한 수준.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 등 소위 ‘실리콘 천장’을 뚫어낸 여성 리더들의 인터뷰는 현실성과 설득력을 더한다.

한편, 저자 창은 ‘이런 성차별적 온상은 기술 산업이 어떻게 여성을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단순히 여성의 불합리함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 ‘시리(Siri)’, 아마존 ‘알렉스’, 휴머노이드 ‘소피아’까지 실리콘밸리 브로들이 만들어낸 ‘여성성’에 대한 편견은 그 방증이다. 4차 산업혁명조차 남성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그녀의 따끔한 일침은 정신을 바짝 들게 한다.

물론 어두운 이면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잇따른 폭로로 인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실리콘밸리에서 여성의 역할과 가능성을 탐색하며 #미투 운동으로 전화된 양성평등의 문제도 소개한다.

“기술이 인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재 그들이 하는 행동도 바꿀 수 있습니다” 보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자신의 세 아들에게 책을 바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오히려 지금 행동해야 할 때임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네비게이션 음성부터 A.I지능, 휴머노이드까지 왜 모두 여성인지 한 번쯤 의구심을 품어 봤거나 실리콘밸리의 권력구조와 그 이면이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일독할만하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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