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쪽짜리 후분양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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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쪽짜리 후분양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8.07.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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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의 후분양제 로드맵이 베일을 벗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후분양 방안 등을 담은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계획을 발표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후분양 검토 분위기가 정부 정책기조와 맞물려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나, 실효성 없는 정책이란 비판도 거세다.

정부는 민간부문에까지 후분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후분양을 택하는 민간업체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고 후분양 사업지에 한해 주택도시기금 후분양 대출한도 상향, 후분양 대출보증 보증한도 상향 등을 유인책으로 제시했다. 관건은 이같은 인센티브로 건설업계의 구미를 얼마나 당길 수 있느냐다.

건설업계는 후분양에 자발적으로 참여할만큼 인센티브가 매력적이지 않다며 은근슬쩍 발을 빼는 분위기이다. 특히 중견·중소건설업계는 자금 조달비용 및 부채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사실상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후분양제 도입 정책 발표에 만족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 역시 ‘생색내기용’ 아니냐며 냉담한 반응이다. 정부가 사실상 건설업계나 소비자 중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대목은 후분양제 추진을 위한 기준 공정률을 60%로 잡은 것이다. 공정률 60%는 아파트 골조가 마무리되는 수준이라 건설의 완성도를 확인할 수 없다. 또 대부분의 하자가 구조적 하자보다는 마감재 등에 대한 하자인만큼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하자의 정도가 선분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무늬만 후분양제’, ‘골조분양이나 마찬가지’라는 등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건설사의 자금부담 가중을 감안해 공정률 60% 이후로 절충안을 마련했으나, 결국 건설업계나 소비자 모두 불만이 큰 모호한 기준의 후분양제도가 됐다. 또 당초 취지인 주택 품질 확보 등 정책 목표 실현에서도 멀어졌다.

아파트 후분양을 주장해 온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와 관련, 반쪽자리 후분양 활성화 방안이라고 강력비판했다. 정부와 재벌 건설사의 주장대로 공정률 60%에서 후분양을 실시하면 확인할 수 있는 건 동간 배치밖에 없어 여전히 껍데기만 보고 사야한다는 것.

아파트 하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상황에서 기업보다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제도인 후분양제 도입 취지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기업 논리로 당초 소비자가 후분양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흐려진다면 제도 도입의 의의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후분양제는 수차례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왕 내놓은 정책이 당초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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