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복잡할 때는 비우자
상태바
[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복잡할 때는 비우자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6.28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선태_빛이 드는 공간(the sunshine room)_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Tempered Glass, Sandblast, LED Backlit)_108×72cm_2017. 사진=더트리니티 제공

시간이 흐를수록 필자의 주변에는 물건들이 쌓여간다. 개인적 쉼터인 방안은 물론이고 일하는 사무실 공간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력이 쌓여갈수록, 포트폴리오가 충만해질수록, 만나는 사람과 알고 지내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다양해질수록 비례해서 쌓여가는 듯하다. 한편으로 지나온 삶이 충실했음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뿌듯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복잡해진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 그럴 때면 처음 사무실 문을 열기 전 그 하얀 공간을 생각해본다. 머리가 맑아지고 살아가야할 인생의 궤적이 명료해지는 것 같다. 이런 필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작품이 있다. 작가 황선태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사는 삶 속에서 문득 만날 수 있는 익숙하고 평범한 공간들이 등장한다. 거실, 방, 복도, 창가 등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의 공간이며, 지나치다 우연히 머무르게 되는 보편의 공간이다. 작품 속 연녹색 빛을 띤 선을 따라 아무도 없는 아늑한 실내로 창을 통해 따스한 빛이 드리우는데 낯익은 보통의 공간에서 특별한 여운과 감사함이 느껴지게 된다.

황선태의 작품은 적절한 공간을 담은 이미지를 찾기 위해 직접 사진 촬영을 하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첫 번째 과정을 거친다. 모아진 자료에 기초하여 그래픽 프로그램을 통해 공간에 빛이 드리워질 위치와 각도를 연구한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그래픽 작업 후에는 유리와 보드판으로 제작된 다층의 스크린, LED의 빛을 이용해 최종 화면을 작업해낸다. 사물의 형태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선’이라는 요소를 이용하는데 모두 녹색이다. 작가는 녹색이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있음’의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적합한 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을 닮은 녹색의 선과 창을 통해 드리우는 빛으로 빚어낸 일상적 공간은 우리에게 편안한 거실에 있는 것처럼 잠시 쉬었다 가는 여유를 선사한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물. 그리고 그 사물들과 부딪치며 발생하는 스치듯 지나가는 의식들. 이것이 내 작업의 시작이다. 즉 평범하지만 간단치 만은 않은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여운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것, 아는 것, 촉감하는 현실의 있음에 대해, 우리의 지각 실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 작업은 색과 면이 제거된 채 선으로만 경계 지워져 있다. 선과 선 사이에 그리고 선으로 규정된 공간 속에 빛이 침투한다. 거기 그렇게 드러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잠재된, 사물을 둘러싼 수많은 어떤 것들이 그 빛을 통해 아련히 피어오른다. 빛은 창문을 통해 드러나게 하는 직관의 세계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