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銀, 가산금리 조작’ 공 던져놓고 발 뺀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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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銀, 가산금리 조작’ 공 던져놓고 발 뺀 금감원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6.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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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A은행의 일부 영업점에서는 고객의 연소득이 있음에도 소득이 없거나 제출된 자료에 나타난 소득보다 작다고 과소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한 사례 다수 발생

#B은행의 일부 영업점은 금리산정 전산시스템에서 산정되는 금리를 감안해 합리적으로 적용해야 함에도 기업고객에게 적용 가능한 ‘최고금리(13%)’를 적용해 차주에게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례 다수 발생

위의 사례는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이 밝힌 시중은행들의 가산금리 조작 사례 중 2가지다. 이밖에 은행들은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없다고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하는 것은 물론 ‘금리인하요구권’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존에 적용하고 있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가계대출 금리를 놓고 차주들을 농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같은 사례가 수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은행들에 대한 차주들의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수천건의 최소치인 1000건만 감안해도 피해자가 1000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금감원은 정확한 피해 건수 및 금액, 해당 은행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단순히 해당 사례가 있다는 것과, 조사 결과가 이러니 은행들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전수조사 뒤 금감원에 보고하라고 주문한 게 전부다. 이후 금감원은 은행들이 자체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이자 환급액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추후 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시장에서는 자체 조사는커녕 각종 루머만 무성하다. 금감원이 조사한 9개 은행 중 시중은행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둥, 시중은행 1개와 지방은행 1개라는 둥, 이미 금감원은 뒤를 통해 해당 은행에만 전수조사를 주문했다는 등의 이야기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해당 은행의 이름을 밝힐 경우 지나친 당국의 시장개입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자체 전수조사’라는 이름하에 은행들이 알아서 자수하게 하려는 당국의 ‘빅픽처’라는 말까지 나온다. 

상황이 어찌됐던 간에 당국의 빅픽처는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당국이 쏘아올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작했대’라는 공은 차주들의 불안감만 증폭시켰을 뿐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당국의 계획대로라면 은행들은 지난 5년간 발생한 수천, 수만건의 대출사례를 살펴봐야 하고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후 다시 이를 토대로 금감원은 은행들이 제대로 조사했는지 각 은행별 대출 건을 또 살펴봐야 한다. 금감원이 쉽게 조사한 수천 건에 대한 해당 은행을 발표하면 끝날 일을, 차주들은 불안감 속에서 계속 이자를 납입해야 한다. 

옛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다. 금감원의 의도가 무엇이던 간에 답을 알고 있다면 빨리 해결에 나서 차주들의 불안감을 잠재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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