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경련 회장, 그의 ‘진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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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전경련 회장, 그의 ‘진짜’ 속내는?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7.07.27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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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론’ 오락가락 발언에 정∙재계 인사들도 ‘갸우뚱’

‘경제 위기 없다’ 발언 직후 ‘경제 대통령’ 주장 왜
조 회장 ‘정치권’ 줄타기하는 것 아니냐 의혹 제기


“한국경제는 위기상황에 처해있지 않다.”(23일)
“차기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당선되어야 한다.”(25일)
한국경제는 위기라는 것인가, 아니라는 것인가. 지난 23일부터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3박4일간 치러진 ‘2007 제주 CEO 하계 포럼’에 참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조석래 회장의 ‘오락가락 발언’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전경련의 수장인 조 회장이 이틀 사이에 서로 상충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도대체 그의 진심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사이에서 이른바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 전경련 조석래 회장.
조석래 회장은 포럼 첫날인 23일 현 정부의 경제성적에 대해 “평균 정도”라며 한국경제 위기설을 일단 부인했다. 조 회장은 “현 정부 기간 동안 세계 경제가 좋아 수출도 잘되고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업종들이 호황을 누렸다”며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되고 더 크게 성장해야겠지만 4.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현재상태에서 위기설은 무리”라고 말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에 놓여있지 않다는 소리다.
조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동안 ‘경제위기론’을 설파해왔던 몇몇 정∙재계의 인사들의 주장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빅2’ 대선 예비후보는 물론이고, 한국 굴지의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 이건희 회장조차 “앞으로 4~6년 내 (경제적인) 대혼란이 올 수 있다”며 “앞서가는 일본과 뒤쫓아 오는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샌드위치 경제를 돌파해야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경제안정? 경제위기?' 진심은 무엇?

그렇다면 조 회장이 생뚱맞게 ‘경제안정론’을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조 회장이 처음부터 ‘경제안정론’을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조석래 회장은 이후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대립각을 형성하는 주장을 내비쳐 ‘노무현 정부를 겨냥한 날을 세우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는 감세정책을 옹호하기 시작하더니, 줄곧 경제위기론을 거론하는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갑작스레 현 정부의 구미에 당기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진짜 속내를 모르겠다” “숨은 뜻이 있는 것 아니냐”며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다.
“조 회장의 진짜 속내를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 회장의 25일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날 “다음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돼야한다”며 ‘경제’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설파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현 한나라당 대선 레이스에서 “한국경제는 위기”라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의 ‘특별한’ 관계도 의혹으로 떠올라

조석래 회장은 “차기지도자는 세계 시장을 잘 알고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그리고 시장경제를 통찰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이기 때문에 ‘경제대통령’의 등장요구는 당연한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틀 전에 언급한 ‘경제위기설’에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었던 그가 불과 이틀 사이에 입장을 180도 바꿔 경제대통령을 찾고 나선 것은 ‘재계수장으로서 발언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언론에 의해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쟁점은 ‘경제대통령’ 뒤에 덧붙인 “시골에 옛날에 땅 좀 샀다고 나중에 총리가 못되기도 하는데, 그런 식으로 다 들추면 국민 중에 제대로 된 사람 없다”는 발언이다. 조 회장의 이 발언 역시 “이명박 전 시장을 염두에 뒀다”는 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의 주장이다.
조 회장의 이번 발언은 이 전 시장이 경제대통령을 내세우고 있고, 또 부동산 투기의혹에 둘러 쌓여있기에 이 전 시장을 지지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게다가 조 회장의 친동생인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아들과 이 전 시장의 딸이 지난 2001년 결혼을 하면서 조 회장과 이 전 시장이 사돈이 됐다는 사실도 ‘이명박 띄우기 발언설’에 힘을 더한다.
조석래 회장의 ‘갈팡질팡’ 및 ‘특정후보’ 지지발언에 정치권은 한결같이 “문제 있다”는 반응이다.

정치권, 재계 한결같이 “문제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예비후보측 이혜훈 공동대변인은 “사돈을 편드는 것은 막기 어렵겠지만, 땅 투기꾼을 경제대통령 운운하며 치켜 주는 게 국민에게 먹히겠느냐”고 비난했다.
재계도 조 회장의 발언은 재계 대표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평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의 수장 자리에 있는 그가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검증 공방의 한 가운데 있는 이 전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바람에 재계 전체가 오해를 받게 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조 회장의 발언은 개인 차원에서 한 발언으로 보는 게 옳고, 재계 전체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모 그룹 한 관계자는 “조 회장 발언의 진의를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명박 후보측 장광근 대변인은 “차기 대통령을 선택할 때 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주장이 아니냐”며 조석래 회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전경련 “특정 정치인 지지 아니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26일 해명서를 통해 “차기 지도자에게 경제를 더 잘 챙기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경제인들의 일반적인 바람을 피력한 것이지, 특정 정치인과 관련지어 발언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논란의 불을 지핀 조 회장은 앞서 25일 강연을 마친 직후,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김형택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은 씨가 문제된다 싶으니 일본으로 가더니, 이제 사돈이 일본행 비행기를 타버렸다. 맘껏 배설하고 난 뒤 ‘뒷일은 내 일 아니다’라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회사인 효성그룹측은 “한 달 전부터 잡혀 있던 스케줄”이라며 “회사 업무상 회의가 일본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고, 한일경제협회 이이지마 회장과의 약속도 잡혀 있어 출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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