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계 ‘예의주시’…미중갈등에 ‘긴장감’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무역 갈등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달러화의 가치가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최근 보름새 원·달러 환율은 1075원에서 1110원으로 45원(4.1%) 올랐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산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수출 산업은 달러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고 항공과 정유, 화학 등 업종도 달러 상승에 울상을 짓고 있다.
여기에 달러화 부채를 많이 보유한 일부 기업들은 외화 환산 손실까지 더해지면서 환율 급등에 따른 막대한 피해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 부채 부담 증가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에도 항공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의 특성상 항공기 리스와 대금 결제 등이 달러로 처리되면서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환율인상은 부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상당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부채 규모가 대한항공이 595%로 전년대비 37.9%포인트, 아시아나항공이 599%로 10.7%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기준 외화차입금과 외화금융리스는 9조6787억원으로 이 중 달러화의 비중은 약 8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조원 정도이다. 1달러가 10원 인상될 경우 약 720억원의 부채가 늘어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약 2조1503억의 외화차입금 중 58%인 약 1조2500억원의 부채가 달러화로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율 급등에 따른 부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가항공사 역시 유가 인상과 함께 환율 인상으로 리스 등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환차손’ 우려
정유업계도 항공업계와 여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높을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속을 태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발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눈치보는 수출 업계
이에 반해 환율 인상이 반가운 종목도 있다. 바로 수출 업종이다. 자동차 업종은 환율이 오르면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철강업종은 대미수출 등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오지만 신흥국 시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 역시 달러화 강세가 이득이 될 수 있다.
환율 상승에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관세를 놓고 무역전쟁을 펼치면서 어느 한 곳 편하게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국 경제에는 또 다시 긴장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