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식산업 엔지니어링의 발전이 건설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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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식산업 엔지니어링의 발전이 건설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
  • 이재완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
  • 승인 2018.06.1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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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완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장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엔지니어링 산업은 인프라, 설비 프로젝트의 ‘사업개발–설계–조달–시공-운영관리’의 사업영역에서 시공을 제외한 업무를 수행한다. 사업 원가에서의 엔지니어링의 비중은 5∼15% 수준이나 입찰 시 가격경쟁력을 좌우하고 조달・시공의 중요사항을 결정해 프로젝트의 수주 및 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은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타 산업대비 크게 높다. 산출액 10억원 당 소요되는 취업자 수인 취업계수는 엔지니어링이 10.4명으로 제조업(2.2명)의 5배이고, 전산업(6.4명)의 1.6배에 달한다. 일자리의 특성상 기술자격증 소지자나 고학력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엔지니어링의 부가가치율은 61.8%로 제조업(23.6%), 서비스업(55.5%), 전산업(38.0%)에 비해 높다.

선진국은 이러한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인식, 엔지니어링을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집중 육성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엔지니어링을 시공의 하청으로 취급하고 엔지니어링 계약에 일반공사 계약의 제도·관행을 광범위하게 준용하고 있다.

그 결과 엔지니어링의 기술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낮은 사업대가가 적용돼 엔지니어링 기업은 고급 기술자의 능력에 합당하는 임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됐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전문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에 이르게 됐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정책연구실의 최근의 연구결과는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2016년 우리나라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의 이익률은 2.1%로 중국(27%, 2017년)에 비해 크게 낮다. 2018년도에 적용될 우리나라의 기술자 노임단가는 일본의 60% 수준이며 이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일본의 77%임을 감안하더라도 노임단가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이 낮은 사업대가와 임금은 고급 기술인력의 이탈과 우수한 청년층의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한 취업 기피로 이어졌고 이는 건설 등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쇠퇴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엔지니어링 세계시장 점유율(ENR 해외매출 기준)은 2015년도 2.4%에서 2016년에는 1.8%로 오히려 더욱 낮아졌다. 더 큰 문제는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던 해외건설 수주도 2010년 716억 달러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2016년과 2017년에는 300억달러 미만으로 급격하게 감소한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시공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후발국과 고위험-저수익의 레드오션 시공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면서 수주가 어려워진 데 기인한다. 또한 최근 들어 해외시장의 프로젝트가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고도의 엔지니어링 역량과 투자재원이 요구되는 대규모 복합형 민관합작투자(PPP) 사업으로 발주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고급 엔지니어링 역량과 투자역량 부족으로 사업 참여가 어려운 것도 원인이다.

따라서 해외 시장에서 후발국과 차별화하고 대형 복합사업의 성장기회를 극대화를 통한 건설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은 지식산업인 엔지니어링의 발전과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달려 있다. 우리 기업 및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본설계(FEED) 등 고급 엔지니어링 역량의 확보에 최우선 정책목표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금융지원을 강화해 공적개발원조(ODA) 낙찰률을 현재의 60% 수준에서 일본과 같이 90% 이상으로 상향하고, 투자사업의 추진을 통해 우리기업의 일괄도급방식(EPC) 수주를 지원하고 운영관리(O&M)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아울러 우수한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한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사업대가 기준, 국가기술자격제도 등을 국제기준에 맞게 선진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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