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남북 경협주’가 투기성 자금에 몸살이다. 북미회담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급락장을 연출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경협주 매수 주체인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 규모도 급등하면서 주가하락에 대한 원리금 상환 압박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8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상한가로 치솟은 이후 12거래일 중 9거래일을 하락했다. 7만91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5일 6만3800원에 마감하며 24%가 떨어졌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14일엔 부산산업(-16.38%) 현대로템(-12.57%) 고려시멘트(-13.17%) 등 남북 경협주들이 줄줄이 내리막을 걸었다. 다음날 현대건설(0.31%)과 남광토건(2.75%) 등 일부 종목이 반등했지만 상승폭은 작았다.
경협주 급락은 북미정상회담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크다. 문제는 경협주 주가를 끌어올린 자금이 동력원이다. 그간 경협주 상승은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영향이 컸는데, 주가가 급락하면서 원리금 상환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규모는 나날이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신용융자 규모는 지난 14일 기준, 12조6000억원 수준이며, 이 중 코스피의 신용융자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에는 남북 경협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남북 경협주가 상승하기 시작한 3월 중순부터 살펴보면 산업재 섹터의 신용융자 증가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이 기간 산업재 섹터의 신용융자가 8700 억원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국내 증시의 전체 신용융자는 9800억원 늘었다.
특히 산업재 섹터 중 대표적인 남북 경협주로 분류되는 건설 업종과 기계 업종의 신용융자 증가액이 같은 기간 6400 억원으로, 산업재 섹터 내에서 신용융자 증가 비중이 75%에 이른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은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상환 기간이 가장 짧은 경우에도 대부분 증권사에서 6%가 넘는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주식담보 대출을 통해 주식에 투자했는데 이자율을 상회하는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자연스레 대출 상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북 경협주 매수 주체가 오직 ‘개인’뿐인 점이 부담이다. 경협주가 정점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방향성을 잃은 시기인 지난달 16일부터 매매 동향을 분석해 보면 개인만 줄곧 순매수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외국인은 매도세 일관했으며 기관도 상승세를 멈춘 시기부터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경협주들이 5 월 중순부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같은 흐름을 극복하고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합의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 추가돼야 할 것”이라며 “당장 6월에 예정된 실무회담들은 경제협력과 무관한 일정이며, 경제협력 기대감을 확대시킬 수 있는 일정은 철도 및 도로협력 분과 회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일정 정도로 볼 수 있다. 향후 예정된 주요 일정에서 당분간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현재 경협주로 분류되고 있는 종목군은 다양하다. 건설주는 시공능력을 막론하고 모두 경협주로 분류되고 있으며, 시멘트, 철강 등도 관련주로 꼽힌다”면서 “인프라 구축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어떤 업체가 어떤 조건에 수주를 할지 알 수 없고, 시멘트 공장은 북한에도 있다. 개성공단 재개여부도 현재로서는진행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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