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정위의 지나친 경영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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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공정위의 지나친 경영간섭
  • 연성주 기자
  • 승인 2018.06.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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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연성주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하자 정부가 다시 재벌개혁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총수 일가가 보유한 비주력 계열사 지분매각을 압박하면서 재계가 진의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역대 최대 압승을 거둔 직후 김 위원장의 압박 강도가 거세지고 있는 점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한 SI(시스템 통합),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 비핵심 계열사나 비상장사 지분을 팔라"고 주문하면서 "(팔지 않으면) 공정위 조사·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김 위원장이 지목한 업종들은 그동안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통로로 자주 거론돼 온 업종이다.

공정위가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 27곳의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SI업종의 내부 거래비중은 69.8%에 달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거래 생태계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익을 편취했다면 시정해야 마땅하다.

대기업들은 "김 위원장 발언의 취지를 파악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재벌이 모두 걸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IT서비스 기업인 삼성SDS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 기준 삼성SDS의 내부 거래 비중은 무려 77%에 달한다.

현대차 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소유한 이노션, 현대오토에버 등 3개 회사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SK그룹에서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는 지난해 LG그룹에서 인수한 SK실트론이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인수 당시 SK실크론 지분 29.4%를 간접 보유방식으로 사들였다.

이제 막 '4세 경영'을 시작한 LG그룹은 물류 계열사인 판토스가 타깃이다. 판토스는 구광모 상무 등 총수 일가가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그룹내 각 분야에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일가 지분을 단기간에 매각하면 득보다 실이 클수 있다.

재계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SI나 물류업종의 경우 속성상 영업기밀과 관련된 업무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대주주 통제나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또 정부가 자신들의 입맛대로 특정 사업에 대해 비주류 사업이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업은 당장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5~10년 후를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하게 된다. 정부가 기업 활동에 일일이 간섭하면 어떤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대기업들이 지분을 반드시 매각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정부가 행정조사권을 내세워 강요한다면 이는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또 기업인들의 주식을 법적 근거없이 팔라고 압박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간섭이라고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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