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인지, 카드회사 사장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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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인지, 카드회사 사장인지…”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7.07.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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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제2의 카드대란’ 부채질하나? ‘카드영업’ 올인 ‘위험수위’

카드 부문 경쟁력 키우겠다” 공언 이후 카드사업 불 지펴
일각 “박해춘 영입 이후 제살 깍아가는 무리한 카드영업” 비난

[매일일보닷컴] 일부 시중 은행들이 카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며 업체간 경쟁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최근 들어 카드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어 ‘제2의 카드대란’이 찾아올 지도 모른다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돼 은행권의 최대 수익원이었던 대출영업이 위축되자 각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의 대안으로 카드사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LG카드 사장 출신인 박해춘씨가 우리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우리은행은 ‘카드 영업’에 그야말로 ‘올인’하고 있다.


▲ 우리은행 '우리V카드' 지면광고.
◇ 우리은행 “카드 부문 경쟁력 키우겠다” = 시중은행 가운데 카드사업 확장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다시 말해 카드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해 46조원이나 자산을 늘리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카드 부문에서는 여전히 시중 은행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박 행장은 지난 3월 취임당시 “카드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공언했고,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카드 영업 확대를 언급하며 카드사업의 불을 지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이른바 ‘박해춘 카드’로 불리는 ‘우리V카드’를 출시하며 카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체크카드로 발급받은 뒤 6개월 후 신용도를 평가해 신용카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발급 기준에 못 미치는 저신용자나 20대를 우선 체크카드 고객으로 확보한 뒤 나중에 신용카드 고객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초 우리은행의 신용카드 모집인은 24명에 불과했다. 지난 5월까지만해도 카드 영업소 2곳에 30여 명의 모집인만 뒀다. 그러나 영업소는 불과 두 달여 사이에 12곳으로 늘어난 상태고 모집인은 6백여 명으로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특히 올해 말까지 모집인을 1천5백여 명까지 증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카드영업소를 20군데 더 늘려 총 32곳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지난 달 조직개편을 통해 카드제휴팀과 카드기업영업팀을 신설하는 등 카드사업본부 인력을 늘린 상태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말까지 현금서비스 사용실적이 없는 우량고객에게 업계 최저 수준인 7.7%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 같은 공격적 영업은 다른 은행들의 수수료 인하로 이어졌다.

▲ 난 3월 말 취임 이후, 계속해서 공격적인 카드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는 박해춘 우리은행장 <뉴시스>
◇ “은행장인지 카드회사 사장인지 모르겠다” 불만도 = 박해춘 행장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은행장인지 카드회사 사장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이 카드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박해춘 은행장을 영입해 제살을 깎아가면서 카드영업에 무리하게 올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의 카드사업팀장은 “도대체 박 행장은 은행장인지, 카드회사 사장인지 분간할 수 없다”며 “신용카드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카드회사와 은행의 사회적 위상은 엄연히 다르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 전략에 따라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이랜드 그룹 제휴카드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카드시장 점유율 6%대에 불과한 우리은행이 7개사가 참여한 입찰에서 대형 카드사들을 제치고 대형 유통그룹의 독점 계약사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우리은행측이 이랜드그룹에 거액의 리베이트 제공을 약속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 카드전략팀 한 관계자는 “공개입찰에서 상호이익과 비용면에서 우위를 인정받은 것이지 모종의 관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은행권은 카드사와 달리 단일 업종이 아니기에 한 부서의 사업이 다른 부서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리베이트설에 대해 부인했다.

◇ 우리은행, 제2의 카드대란 부축이나 = 은행들이 올해 들어 카드영업 확대에 주력하게 된 원인은 지난 해 말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 된데서 찾아볼 수 있다. 금감원 여전감독1팀 김영기 팀장은 “은행권의 최대 수익원이었던 대출영업이 위축되자 각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의 대안으로 카드사업을 지목했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정책변동으로 위축된 수익을 재창출해내기 위해 이전보다 카드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회원은 당장 과도한 부가 서비스 등으로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 교차 마케팅 등 다양한 방안으로 활용이 가능한 잠재적 수익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시장은 포화점에 다다른 상태다. 이런 까닭에 박 행장의 공격적 전략 행보는 “성장기에나 어울린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취임 일성으로 3년 내에 우리은행의 카드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리는 ‘3∙10’을 목표로 내세웠던 박 행장은 얼마 전 ‘1∙10’으로 모토를 바꿔 우려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 입지 좁아진 전문카드사 ‘울상’ = 한편 은행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가뜩이나 위축돼 있던 전문 카드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가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은행계에 비해 자금 조달력에서 현저히 뒤쳐지는 탓에서다.
하지만 전문 카드사들도 은행계의 공세를 마냥 당하고만은 있지 않겠다는 태세다. 삼성카드는 거래소 상장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고,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등에 업고 신선한 광고 마케팅으로 야금야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롯데카드 역시 충성도 높은 롯데백화점 고객을 무기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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