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IMF외환위기보다 심각하다"
상태바
삼성전자 "IMF외환위기보다 심각하다"
  • 매일일보
  • 승인 2007.07.17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이례적 조직개편 단행, 관료주의, 방만경영 바로잡나?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삼성전자가 이례적인 7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사업연도 중간에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은 1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IMF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 비슷한 조직개편을 한 적이 있었다. 조직을 바꾸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올해 98년 복사판을 다시 선보이고 있다.

10년을 사이에 둔 7월 조직개편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매년 1월 단행하는 정기인사를 기다릴수 없을 만큼 절박한 위기상황이다. 관료주의와 방만한 경영 형태 등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주문이다.

◇98년으로 돌아가자

올해 7월에 단행한 조직개편의 핵심은 98년에 시행한 '사업부경쟁체제'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98년 이전 삼성전자는 반도체총괄(LCD포함) 정보통신총괄 디지털미디어총괄 생활가전총괄 등 4개 총괄단위로 움직였다. 총괄 사장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성과도 총괄단위로 나누었다. 총괄내에 A사업부가 성과가 나쁘고, B사업부가 성과가 좋다면 이를 평균 내 총괄단위로 성과를 나눴다.

98년 하반기엔 이를 GBM체제로 바꾸었다. GBM은 오늘날 사업부제와 같은 개념이다. 독립채산제로 움직이는 회사내 회사의 성격을 띤다. 성과와 책임의 단위도 사업부 단위로 계산된다.

총괄 산하의 사업부간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 이 때부터다. 같은 총괄이라도 수익을 내는 사업부는 두둑한 연말 보너스를 챙기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월급삭감의 아픔을 겪었다.

올해 7월 단행한 조직개편은 98년에 세웠던 사업부제중심의 경영 원칙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당시 반도체총괄에 속해 있다가 나중에 독립한 LCD총괄은 사업부제를 운영하지 않았다. 이를 HDLCD사업부와 모바일LCD사업부로 나눠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반도체총괄은 황창규 사장이 겸직하던 사업부장에서 손을 떼면서 사업부간 경쟁구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했다.

사업부장체제가 총괄사장체제보다 의사결정속도와 대응능력이 빠른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내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대응책을 세우는 역할은 사업부장이 맡고, 중장기 성장전략은 총괄사장이 수립하는 상호보완 효과도 있다.

◇99년엔 10배의 효과를

98년엔 조직개편의 효과가 이듬해에 바로 나타났다. 98년 하반기엔 매월 1400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연간 이익은 3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99년엔 3조2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물론 당시엔 환율이 1145원으로 지금과 상황이 다르고, 회사 규모도 지금과 다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8년 초심으로 돌아가 위기를 극복하자는게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고 설명했다.

98년엔 3진 아웃제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어떤 사업부든 3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퇴출시키는 제도다. 분사를 시키든 매각을 시키든 해당 사업부는 버리겠다는 취지다.

98년을 상기하자는 것은 3진 아웃제를 상기하자는 얘기도 된다.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아웃시킬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이 정도로 위기인가

98년과 2007년을 단순 비교하긴 힘들다. 환율이나 회사 규모 등 상황은 천양지차다.

그러나 아주 단순히 비교하더라도 올해 실적이 IMF외환위기 수준은 아니다. 최악의 성적을 거둔 올 2분기에도 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게다가 하반기엔 더욱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게 공통된 평가다. 증권업계에선 3분기에 1조4000억원, 4분기엔 이보다 더 많은 수준의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느끼는 위기감은 98년에 못지 않다. 하반기 실적 때문에 위기감이 희석될까 걱정하는 눈치다.

하반기 실적이 양호해질 것이란 전망은 대부분 외생변수에 의한 것이다. D램 가격상승, 계절적 수요 확대, 모토로라의 부진 등 외부에서 비롯된 요인 때문에 삼성이 덕을 볼 것이란게 실적 호전을 점치는 이유다.

그러나 삼성전자 내부의 변화와 경쟁력, 신제품의 효과를 말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여기에 있다. 수년간 이어온 반도체 호황의 단맛은 모두 빠졌다. LCD와 DM사업은 계절의 영향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을 깜짝 놀래킬 신제품은 몇년간 구경하지도 못했다.

삼성전자의 진짜 실적 호전은 시장이 아니라 삼성전자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하루라도 빨리 이루기 위해 7월 인사 카드가 10년만에 다시 나왔다. / 최명용 <머니투데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