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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DI의 어이없는 실수?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부자에게 돈을 쓰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서민들에게 돈을 쓰는 것은 왜 비용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브라질을 한때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리고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언급해 다시 유명해졌다. 기자도 같은 생각이다. 룰라 전 대통령이 지금은 몰락해 감옥에 있지만 그의 이 말은 명언이라고 본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도 연결돼 있다. 실제 이를 현실 경제에서 실현한 룰라의 브라질이 서민 우선 정책으로 중산층이 커지면서 내수기반이 탄탄해지고 GDP 증가율과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다. 물론 지난 4월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역대 최고치(75.9%)를 기록했지만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부채 부담 여력이 있고, 내수시장이 커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도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이처럼 소득주도성장은 어떻게 보면 국가경제를 획기적으로 성장시킬 패러다임의 전환에 비견되는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선순환’으로 흘러갈 것이냐 하는 우려다.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종합적으로 하나하나 대책을 세워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4일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참 ‘어이없는 실수’다. KDI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근로자 감소율을 ‘고용의 임금 탄력성×(최저임금/임금 중간값) 증가율'로 계산하면서 탄력성은 외국치(헝가리, 미국)를 중간값 증가율은 한국 수치를 대입해 올해 최대 8만4000명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는데 이는 국내 상황과 맞지 않다.

이 같은 지적을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도 했다. 나라마다 노동시장 사정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추정치를 근거로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국장이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국장은 “한국의 연구도 최근 많이 늘었다”며 “부분별, 연령별 차이는 있지만 총계 차원에서 고용탄력성은 0에 가깝다”고 했다.

이에 더하자면 헝가리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13% 수준으로 20%대 후반인 한국과 다르다. 250인 이상 대기업 비중도 한국보다 2배 정도 높고 성장률도 더 높다. 미국은 또 어떠한가. 자영업자 비중은 6.5% 정도에 전체 기업 중 고용 250인 이상의 대기업 비중이 5.6%로 한국(약 0.8%)의 7배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고용 증가분과 수출 호황에 따른 경기 회복세와 같은 효과도 통제가 안 됐다.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생산성에 비례하지 않은 복잡한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노동 ‘유연성’을 인정하되 ‘안정성’을 강화해 기업의 고용 경직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입사에 따라 낙인찍혀 삶의 질이 달라지는 사회보다 능력에 맞게 대우 받고 국가가 개인의 성장성도 챙겨주는 사회가 더 건강하다. 우리의 시장구조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친다면 취지와 방향은 좋지만 문 대통령의 ‘아픈 지점’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박숙현 기자  unon@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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