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018년 상반기 주택시장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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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018년 상반기 주택시장 진단
  •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 승인 2018.06.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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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매일일보] 올 상반기 주택시장은 2분기를 변곡점으로 달라지고 있다. 강남권 주택가격이 하락전환하면서 서울 집값 오름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그 결과 5월 전국 집값은 2013년 8월 이후 5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전국 전셋값도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전국 집값이 미미하지만 하락전환하고, 전세값이 몇 개월째 떨어지면서 하반기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입주물량이 늘어나고 금리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시장 불안감은 더 확대되고 있다.

최근 시장은 정부의 다양한 규제정책 결과이다.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과 매각을 유도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4월부터 주택을 매각하는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정책 영향이기도 하다. 특히, 재건축규제는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강남권의 주택가격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히 진단하고 매도·매입시기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전국 재고주택시장의 집값은 하락 전환했지만, 지역과 상품에 따라 다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5월까지 4.15% 올랐다. 매월 1%이상 올랐던 1~2월과 비교하면 5월에는 0.22%가 상승해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었다. 앞으로도 서울 집값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시 하위시장에 따라 다르다. 5월에 강남4구는 아파트 값이 떨어졌지만, 중구, 성북구, 서대문구, 동작구, 마포구 등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전국적으로 보면 아파트 가격은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약세를 보이지만, 단독주택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과 상품에 따라 가격흐름을 진단해야 한다.

둘째, 잠재수요가 있는 지역의 신규분양은 여전히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신규분양시장의 초양극화 및 국지화가 심화되고 있다. 올 4월까지 총 137개 단지를 분양했다. 이 중에서 1순위 청약이 미달한 단지는 52단지로 전체 분양단지의 38%에 해당된다. 지난해 분양한 499개 단지 중 1순위 청약 미달단지 비중이 32%였던 것과 비교해 봐도 미달단지 비중이 올 해 더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은 11개 단지를 분양했고 모두 1순위 마감했다. 11개 단지에서 총 6,354세대를 분양했는데, 1순위 청약자만 6만명이 넘게 몰렸다. 그러나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 51개 단지를 분양했는데 27개 단지가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청약률 제로(0) 단지도 등장했다. 9,747세대를 분양한 지방은 1순위 청약자가 2천여명에 불과했다. 결국 잠재수요가 풍부한 서울과 일부지역, 그리고 잠재수요가 미미한 지역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특정단지의 높은 청약경쟁률만으로 시장을 진단하면 안 된다.

셋째, 입주물량과 미분양 변동을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현재 미분양주택은 6만호 수준으로 전국적 규모에서 위험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강원, 충청권, 경상권은 각 지역에서 감내할 수 있는 미분양 수준을 상회하고 있으며, 청약미달 단지가 늘어나고 입주예정물량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식통계로 잡히지 않은 미분양 물량이 있을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

넷째, 대구집값은 오르고 부산집값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대구는 입주물량,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재고주택 가격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 대구는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 반면에 지난해까지 주택가격이 무섭게 상승하던 부산은 누적된 공급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은 수급원리에 따라 작동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반기 주택시장은 서울중심의 국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정책은 단기적인 가격조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장안정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시장은 규제원리가 아니라 수급원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집은 넘쳐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가진 주택은 충분하지 않다. 이것이 강력한 정부의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특정지역의 청약경쟁률이 여전히 높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이다.

무조건 낮은 가격이 가장 좋은 최선은 아니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주택 품질과 그에 따른 지불의사가 있는 가격이 합리적인 착한 가격이다. 규제정책에 의한 인위적인 가격조정은 결코 장기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정책으로 단기적인 가격안정화 목표를 달성한 만큼, 이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의 수급원리에 기초한 합리적인 착한 시장가격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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