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퍼시스, 보여주기식 사무환경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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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퍼시스, 보여주기식 사무환경 혁신
  • 이한재 기자
  • 승인 2018.05.31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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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재 기자] 사무환경 개선이 업무 효율에 영향을 줄까?

산업부 이한재 기자

사무환경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퍼시스도 그 질문의 답변에는 소극적인 태도였다.

퍼시스는 올 1분기 개별기준 영업이익이 94억168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60억8226만원, 순이익은 103억1461만원을 기록해 각각 12.2%, 82.7% 증가했다.

지속적인 실적 상승세를 보인 퍼시스 내부 분위기는 매우 여유로운 편이다. 이에 맞춰 지난 30일에는 리뉴얼한 통합 가구연구소 ‘스튜디오 원’을 공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실적호조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역설했다. ‘사무환경 쾌적하게 바꾸면 구성원 노동 효율 오른다’며 회사 내부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막상 그 근거를 요구하자 애매한 대답만 돌아 올 뿐이었다.

‘좋은 공간‧환경에서 생활하면 힘이 난다’라는 개념은 이제는 친숙한 단어다. 친숙함은 바꿔 말하면 ‘식상하다’라고도 풀이된다. 또한 식상함은 뜬구름 잡는 허황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주장에 적어도 눈에 확 들어오는 자료나 수치가 필요하다.

이날 열린 ‘사무환경 세미나 2018 기자간담회’에서 박정희 상무는 “소통, 조직지원 인식, 창의성 세가지가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혁신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서울대학 교수와도 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나, 결과는 딱 잘라 말하자면 ‘별로 연관은 없다’ 였다.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하며 박 상무의 “저희가 가능할까요? 지켜봐주세요”라는 말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최소한 사무환경 개선에 대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라도 제시해야 했다.

퍼시스의 ‘사무환경 혁신’이 더 공허한 표어로 느껴진 것은 세미나가 진행된 장소도 한몫했다. 기자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분명 작업을 진행하기 ‘불편한 장소’는 있다. 퍼시스의 세미나는 계단식 의자에서 진행됐고 테이블은 없었다. 사무환경 혁신을 재창하는 자리에서 정작 기자들에게 쾌적한 업무환경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모순됐다.

앞서 퍼시스는 ‘지분 몰아주기’ 논란으로 승계 꼼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현금배당 결정 사실 지연 공시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2년 동안 2회의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법인은 투자유의 종목으로 분류돼, 1년 이내에 한번 더 불성실 공시 사유가 발생할 경우 해당 법인은 상장폐지 제제를 당할 수 있다. 퍼시스에게는 아직 2번의 기회가 남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통과 창의성, 조직지원 인식은 겉치장만으로 달성할 수 없는 고단한 업적이다. 이를 위해서 퍼시스는 좀 더 진지한 고민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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